얼마 만인가. 정말 오랜만이다. 매일 밤잠을 설치게 만들던 열대야가 사라졌다. 27일 만이다.

 지긋지긋한 불볕더위에서 잠시 벗어나면서 정말 오랜만에 에어컨 대신 창문 열고 잠을 청했다. 꽁꽁 잠가뒀던 창문을 열고 잠을 청하자 그동안 잊고 지냈던 집앞 공원의 존재감이 다시 느껴졌다. 밤 늦은 시간까지 공원을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삼삼오오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들의 잡담, 공원 내 마련된 반려동물 놀이터에서 들리는 동물들의 울음소리, 집앞 편의점 앞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시민들의 북적거림 등 다양한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이것이 평소 집앞 풍경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은 기계음을 듣고 잤다. 밤새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와 에어컨 실외기 소리뿐이었다.

 불과 2∼3일 전까지 듣던 소리다.

 기상청은 아직 올 여름 열대야가 완전히 물러갔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하고 있다. 상층의 한기 유입으로 폭염이 다소 주춤하겠지만 다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주의보 수준의 폭염이 나타나고 열대야가 다시 나타나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아직 폭염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1994년 대폭염을 넘어서 기상 관측 이래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올 여름도 가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지나가자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올 겨울 한파가 심각할 전망이란다.

 올 여름 유례 없는 북반구 폭염으로 북극 바다 역시 뜨겁게 달아 오르면서 해빙도 빠른 속도로 녹아 사라졌다. 결국 여름철 기록적인 폭염이 지나고 겨울철 기록적인 한파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이 존재한다.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 풍경은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감탄까지는 아니지만 내 집앞 공원 풍경도 나름 감상할 만하다. 시간이 얼마 없다. 가마솥 더위가 물러나고 동장군 추위가 다가오기 전인 지금, 얼마 남지 않은 이 짧은 시간을 보다 즐겨야겠다. <박광섭 기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