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덕을 기린다는 이유로 논란이 된 포천 축석고개의 ‘호국로 기념비’가 결국 이전된다.

19일 포천시와 포천진보시민네트워크에 따르면 시는 국도 43호선 축석고개 입구에 세워진 ‘호국로’ 기념비를 올해 안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시는 기념비가 시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직 이전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호국로 기념비(높이 5m, 폭 2m)는 1987년 12월 10일 세워졌으며 전 전 대통령의 친필 글씨로 호국로(護國路)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기념비 아래 녹색 현판에는 ‘개국이래 수많은 외침으로부터 굳건히 나라를 지켜온 선열들의 거룩한 얼이 깃든 이 길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분부로 건설부와 국방부가 시행한 공사로써 ‘호국로’라 명명하시고 글씨를 써주셨으므로 이 뜻을 후세에 길이 전한다’고 적혀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포천진보시민네트워크 측은 "내란의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있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단체는 올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기념비에 하얀 천을 씌워 가리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이 천을 한 60대 남성이 지난 5월 18일 "전두환 전 대통령에 분노를 느낀다"며 라이터 기름으로 불을 붙이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와 관련 이명원 포천진보시민네트워크의 공동대표는 "이런 결정을 내린 공무원과 포천시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철거를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우리 역사의 부역자들이 한 행동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포천=박덕준 기자 pdj3015@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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