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이 매년 500억 원 상당을 내고 있는 한강수계관리기금이 엉뚱한 땅을 사는데 쓰였다.

지난 16일 감사원이 공개한 ‘환경부 기관운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강유역환경청은 매입 대상이 아닌 토지 107억 원치를 부당하게 샀다.

한강유역환경청은 한강 수질보전을 위해 필요한 토지를 토지매수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한강수계관리기금으로 사들인다.

토지매수지침에는 ‘하수처리구역 내 토지’는 매수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그러나 한강수계관리위원회 담당자들은 2015년 1차 토지매수 대상지 선정과정에 양평군으로부터 ‘하수처리구역 내 토지’라고 회신받은 19필지(3만3천147㎡)를 토지매수심의위원회에 ‘매수 대상’으로 선정해 총 107억 원에 매입했다.

또 양평군은 환경부 장관의 변경 승인 등 절차 없이 임의로 하수도정비기본계획 전자도면을 수정해 79억 원의 토지를 매입했다.

기금의 허술한 쓰임이 드러나면서 운영구조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관리기금은 서울·경기·인천 등이 한강 상수원 규제지역 주민지원과 수질개선사업의 재원 마련을 위해 지불하는 물이용부담금으로 조성된다. 인천은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총 7천248억7천300만 원을 냈다. 지난해 납부액은 556억 원으로 추산돼 제도 도입 이후 최고액을 경신했다.

하지만 이번 적발 사례처럼 수질개선과 주민지원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이 많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7년도 한강수계관리기금 통계’에 따르면 환경기초시설 설치·운영(2조8천471억 원) 다음으로 토지 매수 및 수변구역관리 사업(1조2천937억 원)이 21%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수질개선 효과가 가장 낮은 사업으로 보고 축소 및 폐지를 지적하고 있다. 위법한 지출을 막으면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설감시기구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강 하류에 해당하는 인천과 서울시는 물이용부담금을 기존 t당 170원에서 150원으로 인하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지난 5월 한강수계관리위원회에서 무산됐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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