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이 연일 계속되자 경기도내 대부분의 은행 점포가 ‘무더위 쉼터’로 지정돼 있지만, 정작 이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없어 허술한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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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 소재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한 은행은 생수 제공을 제외하면 일반 은행과 다를 바 없이 운영되고 있다.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e.co.kr
19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와 금융위원회 및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도내 1천285개 은행 점포 가운데 상당수가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달 30일부터 무더위 쉼터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무더위 쉼터 지정·운영관리지침’을 통해 쉼터 내에 재난도우미가 방문해 건강관리와 폭염 대비 행동요령을 교육·홍보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최소 16.5㎡)을 확보하고, 비상시를 대비한 구급약품과 폭염시 행동요령 등을 작성해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하도록 했다. 또 쉼터로 지정된 곳은 안전디딤돌 앱과 홈페이지 등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에 운영 사실을 통보하도록 명시했다.

그러나 무더위 쉼터가 운영 및 관리 지침과 다르게 운영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7일 수원시에 위치한 금융기관들이 운영 중인 무더위 쉼터는 입구와 내부에 무더위 쉼터 알림판만 설치됐을 뿐, 관련 지침이 요구하는 사항들은 발견할 수 없었다. 한 시중은행 점포는 2층 고객상담실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하며 음료 등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정작 점포 내 어디에도 이를 알리는 간판이 없어 은행 직원 외 이용객은 보이지 않았다.

안양시 동안구의 또 다른 시중은행 점포는 별도의 무더위 쉼터 공간이 나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었으며, 인근의 다른 은행은 무더위 쉼터 전용 좌석이 6개에 불과했다.

특히 각 무더위 쉼터들은 관련 지침에 따라 비치해야 할 상비약을 비롯해 응급조치요령 및 쉼터 점검 내용을 기록한 관리대장도 찾아볼 수 없다.

쉼터 이용객 김모(56·여)씨는 "은행에서 무더위 쉼터를 운영한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칸막이도 없이 일반 은행처럼 운영되고 있어 막상 이용하기에 다른 이용객들에게 눈치가 보인다"며 "생색내기용이 아닌 실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이를 관리·감독할 행정안전안부 등은 정확한 쉼터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행안부가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 및 국민재난안전포털 내 도내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금융기관 현황은 108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행안부는 금융위원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 및 도내 지자체 등도 각 은행에서 독자적으로 무더위 쉼터를 추진하고 있어 무더위 쉼터 운영지침을 강요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무더위 쉼터 운영이 각 은행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니 은행의 자율에 맡길 뿐 강제적인 관리·감독이 어렵다"고 말했다.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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