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에 위치한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박수아(34·여)씨는 최근 근로시간 주 52시간 제도 시행 후 인근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미술심리 강좌를 신청했다. 야근이 잦았던 과거에는 평일 퇴근 후 다른 일을 한다는 건 엄두도 못 냈지만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여유가 생겨 가능했다.

박 씨는 "평소 시간이 나지 않아 배우고 싶은 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이제는 ‘칼퇴’가 가능해 1만∼2만 원 가격에 선택의 폭이 다양하고 이용도 편리해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시행 50일을 맞이한 근로시간 주 52시간제 이후 직장인들의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20일 경기도내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되면서 도내 300인 이상 사업장에 재직 중인 직장인들로 인해 지역 내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문화센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평일 오후 7시부터 시작하는 직장인 대상 워라밸 강좌를 강화해 수강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날까지 저녁 강좌 신청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가량 늘었고, 문화센터 전체 수강생도 30% 늘었다. 홈플러스 동수원점 역시 30% 이상 수강생이 늘었다. 이 뿐만 아니라 악기, 공인중개사, 바리스타, 헬스장 등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학원업계도 매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과 업무 특성 및 업무량은 별개의 문제라며 볼멘소리를 내뱉는 이들도 있다. 회사에서는 모자란 근무시간을 대신해 효율성을 강조하며 오히려 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을 더욱 옥죄고 있고, 특근이 불가능해져 임금 감소가 예견돼 이직을 고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광고 영업 업무를 하는 김모(37)씨는 "같은 직장을 다니지만 내근직의 경우 퇴근시간 이후 개인시간을 갖는 것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며 "영업 업무 특성상 대부분 저녁 자리가 많아 퇴근 후 생활이 거의 없어 최근 들어 괴리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도내 한 제조업 종사자 정모(44)씨도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근무시간만 줄어 더 힘들다"며 "최근 동료 직원 사이에서 임금 감소를 걱정하며 다른 직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력 유출은 곧 생산량 감소를 불러오기 때문에 기업들은 악순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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