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편법과 탈법, 특혜로 얼룩진 말도 안 되는 행정절차였습니다."

인천시 동구 송현동 삼두1차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주민대책위원 조기운(58)씨는 벌써 두 잔째 물을 들이켰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 인천시 동구 삼두1차 아파트 입주민들이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북항터널 공사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자 3년째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10; <삼두1차 아파트 주민대책위원회 제공>
▲ 인천시 동구 삼두1차 아파트 입주민들이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북항터널 공사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자 3년째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삼두1차 아파트 주민대책위원회 제공>
주민들은 2016년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북항터널 공사를 위한 발파 작업과 함께 악몽이 시작됐다고 한다. 아파트 곳곳에 크고 작은 균열이 발생했다. 아파트 내·외벽은 깨져 버렸고, 일부 가정은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지반이 주저앉은 곳에 주차된 승용차가 저절로 미끄러져 접촉사고를 내기도 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3년째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2002년 사업계획이 수립된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는 설계 당시 해안 쪽을 통과하기로 돼 있었으나 2012년 동구지역을 관통하는 5.5㎞ 규모의 지하터널로 설계가 변경됐다. 그럼에도 행정관청이나 시공사 등은 공청회나 설명회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방적인 사업 추진으로 주민의 재산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반발에 시공사인 한국도로공사 인천김포사업단은 입주민 등을 상대로 ‘지상권 손실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3.3㎡당 9천800원가량을 제시했을 뿐이다. 아파트 95.9㎡의 손실보상금액은 20%의 세금을 떼고 나면 주민들 손에 남는 것은 28만7천 원이 전부다. 발파 작업을 진행했던 시공사는 주민에게 피해 보상금으로 30만 원이 담긴 봉투를 내밀며 더 이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기도 했다.

현재 입주민들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오는 31일 결심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며, 다음 달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조기운 씨는 "수차례의 공판을 통해 불법적인 행정절차가 대부분 드러났고, 국토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며 "반드시 승소해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은 뒷전인 행태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시공사와 입주민 간 현명한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며 "보상 및 이주대책 관련 문제는 다음 달께 모든 판결이 나온 뒤 관계 기관과 논의하겠다"고 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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