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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장/인천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한반도의 주변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쟁위기설’이 공공연하게 제기됐던 한반도 정황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정도로 주요 언론이 ‘토픽’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동양의 조그마한 반도(半島)’가 아니라 ‘국제정치의 핵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반도 주변4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은 전세계에서 정치-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세계 10대 경제선진국으로 위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구실로 동북아는 물론이고 전세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이 바로 이 지역에서 ‘독불장군(獨不將軍)’ 식으로 행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가운데 나는 이달 초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이자 중국을 비롯한 외국과 가장 많은 접촉과 교류, 교역이 이뤄지고 있는 단둥을 방문했다. 북한의 제3대 절대권력 세습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글에서는 ‘김 위원장’으로 통칭하기로 함)이 6년 여의 동면(冬眠)에서 벗어나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국가주석과 잇따른 정상회담에 임(臨)하면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 내외의 관심이 쏠리는 곳이 바로 압록강을 중심으로 하여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랴오닝성(遼寧省) 동남부에 위치한 이 지역은 압록강(鴨綠江)을 경계로 하여 북한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는 국경도시로 동쪽으로는 압록강, 북쪽으로는 장백산, 남쪽으로는 황해로 둘러싸여 있는 중국 요충지(要衝地) 중의 한 곳으로 중국과 북한 간의 교역중심지이다.

 이런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단동지역은 북한이 여섯 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하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취해지던 유엔의 대북제재 조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왔다.

 또한 이 지역은 김 위원장과 김정일 등이 특별열차 편을 이용해 중국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할 경우 거의 대부분 거쳐야 하는 필수통로(?)로 활용돼 왔기 때문에 이 지역의 검문검색 분위기는 이들의 동선(動線)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변수로도 작용해 왔다.

 그래서인지 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는 단둥역 주변의 경계가 삼엄하거나 압록강을 감시하는 중국 국경경비대 선박의 움직임, 그리고 북한의 ‘민경련’이나 ‘민화협’ 등 대외교류협력기관이 입주해 있는 ‘중련호텔’의 투숙객 단속이나 투숙금지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 이들의 비공식 방문이 이뤄질 전조(前兆)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이 지역은 한반도 동쪽의 두만강과 함께 중국과 국경을 마주보고 있는 최접경지역이기 때문에 북-중 교역의 중심지이자 대북무역이나 대북 접촉을 하려는 우리 측 사업가들이 상주(常住)하고 있어 중국과 남북한의 주민들이 어렵지 않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여러 가지 특성 때문에 나는 평소 강의를 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니 적어도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白戰不殆)’라는 손자병법의 참뜻을 되새기면서 먼 발치에서나마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려면 이곳과 함께 두만강변의 ‘도문(圖們)이나 연변’ 등 지역을 반드시 한 번쯤은 다녀와야 한다는 지론(持論)을 펴왔다.

 나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이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강변(强辯)하면서 직접 정상외교에 나서는 가운데 단둥지역이 그 여파가 직접 미치는 곳 중의 하나일 것이라 판단됐기 때문에 이번 방문의 의미는 색달랐다.

 특히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중국인과 조선족, 그리고 압록강 건너의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최고영도자의 최근 행태에 대해 어떻게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에 초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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