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무상 교복 지원사업이 재정 분담을 놓고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이 엇박자를 내면서 혼란스러운 가운데 최근엔 인천시의회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교복브랜드 단일화’를 내용으로 한 조례 추진까지 더해지며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조례안은 무상교복 지원사업 추진 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이를 사용하는 지역 중소기업의 교복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복브랜드에 따른 학생 간 위화감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브랜드 단일화는 교복업자의 반발은 물론이고, 수혜자인 학생 학부모의 반응도 별로인 데다, 학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여서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교복 주관구매를 통해 지역 교복 가격이 안정화되는 등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단일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학생들도 브랜드보다 자신이 선호하는 디자인이나 재질에 따라 교복을 선택하는 개성화가 뚜렷해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더해 지역 내 교복업체들의 반발도 크다. 일반 교복업체를 제외한 브랜드 교복업체에 대해서는 의견 수렴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단일브랜드 사업 추진 배경이 일부 업체와 시의원 간의 결탁에 의한 불순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업체가 생산라인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브랜드 단일화가 진행되면 자칫 ‘교복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물량 없이 5만여 명분의 교복을 새로 확보하려면 지금부터 공장을 모두 가동해도 내년 신입생 물량을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로, 납품업자에게도 생산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장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상당수 학교들은 교복디자인을 선정하고 업체 입찰공고까지 마친 경우도 있고, 이미 업체까지 정해둔 곳도 있다고 한다.

 인천시의회가 조례를 마련해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업자들의 밥그릇 싸움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 명분에 연연하기보다는 현장 사정은 물론, 학교와 학부모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조례 제정을 기대한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업자와 의원 간의 결탁 의혹도 완전히 해소시켜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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