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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車)가 가고 말(馬)이 가니"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8월 24일 금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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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주지스님이 안 계신 틈을 타 대웅전 앞에서 스님들이 장기를 두며 놀고 있습니다. 사실 대웅전 앞을 지나다닐 때조차도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잠시 후 주지스님이 돌아와 그 광경을 보더니, 갑자기 대웅전을 향해 소변을 보기 시작합니다.

 "주지스님, 아무리 급하셔도 부처님 앞에서 소변을 보시다니요?"

 이 말에 주지스님은 큰소리로 말합니다.

 "아하, 여기가 청정한 부처님 도량이었느냐? 나는 차(車)가 가고 말(馬)이 가고 코끼리(象)가 가기에 여기가 길거리인지 알았지 뭔가."

 주지스님이 있든 없든 스님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지켜야 할 법도가 있는 법인데, 제자들이 그 법도를 벗어나 장기를 두며 옥신각신하는 것을 꾸중하신 겁니다. 이렇게 배운 것을 실행하는 것이 수행하는 스님들에게도 쉽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애써 배운 것을 ‘지식’이라고 한다면 ‘지혜’는 배운 대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지식이 많은 사람을 ‘똑똑하다’고는 하지만 존경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자에게는 존경을 표합니다.

 「유쾌한 소통의 법칙」이란 책에 벽돌공장에 다니던 열세 살짜리 소년 이야기가 나옵니다. 가난 때문에 어린 나이임에도 벽돌공장에서 일했는데도 그는 일당의 일부를 떼어 벽돌 한 장씩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사는 마을에는 비가 조금만 와도 진창이 되는 길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진흙이 옷에 묻는다고 불평만 했지 길을 고칠 생각은 아예 없었습니다. 소년은 아무 말 없이 그 길에 하루 한 장씩 벽돌을 깔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또 하루, 이렇게 깔다 보면 2년 정도만 깔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자 마을사람들은 소년이 벽돌 까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불평만 일삼던 자신들이 못내 부끄러웠습니다. 마을회의가 열리더니 모두가 함께 길을 포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얼마 후 멋진 포장도로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소년이 훗날 미국 백화점의 왕으로 불리는 존 워너메이커로 성장합니다.

 가난한 소년이 몇 푼 되지도 않는 일당에서 떼어내 마을 사람들을 위해 벽돌 한 장씩을 깐 이유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었을 겁니다. 지혜라는 말은 ‘사랑’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사랑하는 마음이 지혜인 셈이지요. ‘사랑하며 살라’는 것은 불경이나 성경에서 공통적으로 가르치는 덕목입니다.

 소년은 배운 대로 실천했을 뿐이지만, 결과는 너와 나 모두를 기쁘게 해주는 기적으로 거듭났습니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천이 지혜이고 그것이 기적을 일으킨다면 우리도 능히 할 수 있을 겁니다.

 어느 청년이 밤마다 누가 쫓아와 도망가야만 하는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잠이 드는 것조차 두려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의사를 찾아가 의논했습니다. 의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꿈에 누가 당신을 쫓아오는지 혹시 뒤돌아보았습니까?"

 "아니요. 무서운데 어떻게 돌아볼 생각을 했겠어요?"

 "그럼 오늘 밤 꿈을 꾸면 반드시 돌아보세요. 누가 쫓아오는지 알아야 처방을 해드리죠."

 그날 밤도 청년은 똑같은 악몽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의사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돌아보았습니다.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그토록 짝사랑하던 이웃집 처녀가 아니던가요. 다음 날 의사를 만난 청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이젠 꿈이 기다려져요."

 소년이 벽돌 한 장을 깔 때마다 사람들은 "네가 그렇게 한다고 어느 세월에 이 길 전체를 깔겠느냐?"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옳은 일이라면 외롭지만 ‘그냥’ 하면 됩니다. 그때 사람들이 손을 보탭니다. 기적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겁니다. 입 때문이 아니라 바로 손과 발을 통해서 말입니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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