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로젝트 위자까야 두 번째 이야기’에 참가하는 강민규, 박햇님, 박민준 작가의 작품.
▲ ‘프로젝트 위자까야 두 번째 이야기’에 참가하는 강민규, 박햇님, 박민준 작가의 작품.
지난해 미술가 10여 명이 서울 홍대의 한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에서 모였다.

알음알음 모인 이들은 미술대학을 졸업했지만 맞닥뜨린 현실과 이상적인 예술 작업의 경계에서 출판사 직원, 문화센터 강사, 미술학원 운영, 디자이너 등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 가고 있었다. 작업과 생업 사이에서 동일한 고민을 공유한 이들은 한목소리를 내게 된다. ‘이자카야’에서 "위자까야!(우리는 작가야!)"라고.

아트스페이스 어비움 조두호 대표(독립 큐레이터)는 재기발랄하면서도 처절한 현실을 오롯이 드러낸 젊은 작가들에게 다시 한 번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고민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두 번째 단체전을 기획하게 됐다.

‘프로젝트 위자까야 두 번째 이야기’는 아트스페이스 어비움에서 오는 9월 1일까지 펼쳐진다.

첫 번째 전시 이후 다시 뭉친 이들은 자신의 작업세계에 대해 고민하고 확장한 새로운 결과물을 전시하는 자리다. 참여 작가는 강도영, 강민규, 강수현, 고주안, 문효선, 박민준, 박햇님, 박현철, 이미애, 이은아 등 총 10명이다.

이들 작가는 첫 단체전 이후 아트스페이스 어비움을 방문해 공간적 특수성과 각자 작업과의 관계성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토대로 완성한 각 작품은 젊은 작가 특유의 비판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재기발랄하면서도 고집스러운 면모가 돋보이는 공통 지점이 흥미롭다.

작가들의 작품은 아트스페이스 어비움뿐만 아니라 바로 앞 건물인 갤러리카페 어비움 실내외를 비롯해 용인남사화훼단지에서 어비움으로 향하는 국도변에서도 펼쳐진다.

이 중 이미애 작가의 연작 ‘Here I am’은 귀여운 뭉게구름 모양의 머리를 한 작은 피규어를 공간 사이사이에 설치하고 관람객이 우연히 이를 봄으로써 즐겁고 놀라는 감정을 일깨운다. 문효선 작가는 ‘기억’이라는 회화를 선보인다. 새의 둥지로 짐작이 가는 나뭇가지를 드로잉하고 가운데 공간에는 심연에 가까운 어두운 그림자를 칠했다.

박현철 작가는 가죽과 실을 활용해 번데기를 형상화한 조형작 ‘정지적 발육기’를 선보인다. 박민준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내적 갈등을 겪으며 작가로서의 삶을 추구하는 자신의 초상을 작품화했다. 합성목재로 기둥과 선반을 배열해 세운 기둥 형태의 작품 ‘column’을 통해 현실과 가상을 조합하려는 무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고주안 작가는 게으름에서 벗어나 미술가로서의 삶을 실천하기 위한 일환으로 일기처럼 매일 드로잉하는 개인적 프로젝트 결과물 ‘Daily Drawing Project’와 아트스페이스 어비움으로 향하는 길목에 독특한 내용을 담은 표지판 작업을 벌여 공공미술의 새로운 방법론을 시도한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법한 기괴하고도 독특한 이미지를 그리는 박햇님 작가는 유한한 몸을 갖고 세상과 마주하며 항상 불안과 존재의 허무함을 느끼는 인간을 표현,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고 새로운 자신을 재생성을 추구한다. 강수현 작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분홍과 푸른 톤의 야자수를 그린 회화를 통해 현실 속에서 이상을 꿈꾸는 욕망을 드러낸다.

조두호 큐레이터는 "위자까야 2030 젊은 예술가들은 현실의 틈을 비틀며 평면부터 입체까지 서로 다른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대화하며 새로운 시도를 펼치고자 한다"며 "장소적 경계에 서 있는 아트스페이스 어비움에서 ‘경계의 꽃’을 피우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실천한 작품들이 각 작가의 길을 여는 기회이자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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