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환경정책이 지방분권 기조를 거스르고 있다.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점차 늘어나는 반면, 권한은 환경부에 집중되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23일 시에 따르면 지난 21일 화재가 발생한 남동공단 세일전자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해당한다. 강산과 강염기, 알코올류 물질 등으로 인해 화재가 자칫 화학물질 누출로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공장 주변 1㎞ 반경에는 대규모 주택단지가 있어 상황에 따라 주민 대피 여부 등을 신속하게 판단해야 했다.

그러나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환경부 산하 방재센터에 상황을 묻는 것 뿐이다. 2015년 화학물질관리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화학물질의 용량 등 위험성을 가늠할 세부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인천 내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은 1천109곳(판매업 516·사용업 480·제조업 71 등)이지만 지자체는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 지난 4월 이레화학 사고를 겪은 이후 대응에 한계를 느낀 시는 정부에 법 개정을 다시 요청했지만 반려됐다. 지자체에서 예산을 부담하고도 정책 참여에 소외되는 경우도 있다.

시가 1999년부터 2016년까지 납부한 물이용부담금은 총 7천248억7천300만 원 중 인천에 할당된 사업비는 263억2천300만 원으로, 납부금액의 3.6% 가량에 그친다. 기금을 내는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운 의결구조인 데다, 사무국 운영이 환경부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시 참여가 제한된다. 인천과 서울은 물이용부담금을 t당 170원에서 150원으로 인하하는 안과 감시체계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제도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반면, 시가 내야 할 환경부담금은 갈수록 늘고 있다. 부과 방식을 들여다 보면 역시 지방분권과는 거리가 멀다.

올해부터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시와 기초단체는 폐기물 매립과 소각 용량에 따라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내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 10개 기초단체의 생활폐기물 처분부담금은 33억 원 규모다. 소각(20만2천328t) 22억2천 만 원, 매립(8만6천t) 12억9천 만 원 등이다. 시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인천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청라소각장 2천468만 원, 송도소각장 1억8천600만 원 등이다.

이 비용 중 30%는 정부가 가져가고 70%는 다시 시에 교부한다. 사업장폐기물에 부과하는 처분 부담금은 90%를 환경부가, 10%는 한국환경공단이 갖는다.

지난해 시는 교부율을 10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17개 시·도에서도 90%는 돼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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