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인을 승용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 도주한 뺑소니 차량 운전자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주치사)로 A(64)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가 모든 범행 사실을 인정했으며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찰과 유족이 법원의 영장 기각에 황당해하는 것은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뺑소니 사망사고라는 점이다.

A씨는 지난 6일 인천시 계양구 귤현동 귤현대교 밑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자신의 K5 승용차를 몰고 가다 B(81·여)씨를 친 뒤 구호조치 없이 그대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고로 크게 다친 B씨는 지나가던 다른 승용차 운전자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약 2주에 걸친 추적수사를 통해 서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A씨를 검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불구속 재판이 예상된다. 당장 유족들의 분노가 만만치 않다. B씨의 유족은 합의가 아닌 처벌을 바라고 있다.

한 유족은 "사람을 차로 치어 죽여 놓고 무려 13일 동안 경찰을 피해 도망 다닌 범인을 도주 우려가 없다고 본 재판부의 판단이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일부 경찰들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 수사관은 "업무상 과실치사가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주치사)는 구속이 통상적인 절차"라며 "도주 우려가 충분히 드러난 피의자에 대해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이례적인 일에 속한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재 재판부로부터 구속영장 기각 통보를 받은 검찰은 관련 수사 기록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 관계자는 "수사 기록 등의 심사를 통해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영장 심사도 재판의 일종이기 때문에 해당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를 간섭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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