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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찬기 인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한국의 기존 도시들이 쇠락해가고 있다. 산업화 이후 팽창을 거듭해온 도시들이 원도심을 시작으로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다. 원도심 쇠퇴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은 기존 원도심의 낙후된 생활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도시들이 주변 지역을 확장 및 편입시켰고, 그 외곽에 쾌적한 신도시를 만들고 거기에 주요 행정기관이 이전하면서 인구가 유출된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재개발 및 재건축으로 불리는 도시재정비사업 위축과 상업성 상실이 원도심 쇠퇴를 가속시켰고 결국은 도시의 균형발전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도시발전 사이클이 성장과 팽창 일변도에서 정체 또는 저속 성장으로 변하고 있으며, 상하수도나 도로 등 도시 인프라의 전면적 개보수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인구절벽이나 노령화에 이은 지방 소멸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과거와 같은 도시개발사업이 능사가 아니게 됐다. 따라서 국가적으로는 확장적 개발보다 압축적 재생이 앞으로의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 원도심을 살리는 것 중에 가장 큰 정책으로 ‘도시재생뉴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 목표는 원도심의 활성화를 통해 본래의 도시 기능과 역할을 살려서 도시의 균형발전을 이루고 아울러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재생의 사전적 의미는 ‘손상을 받은 생물의 세포, 조직, 기관 등이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도시 재생은 원래 모습으로 형태 환원이나 복원이 아니라, 원래 활성화된 상태로의 복원을 의미한다. 영어로 말하자면 ‘Born again’인 셈이다. 여기서 도시재생의 의미와 상징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구도심과 원도심 등에 대한 정의를 짚어보아야 한다. 구(舊)도심은 옛날 도심으로 현재는 도심이 아니고 흔적만 남을 수도 있다. 원(原)도심은 원래 도심이었으며 현재도 도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본(本)도심은 본래 도심이며 현재도 도심기능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원(元)도심은 으뜸이 가는 도심을 의미한다.

 사실 그동안 구도심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신구의 대립적인 의미와 낡은 이미지 때문에 ‘원래 도심’이라는 의미로 원(原)도심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원도심의 재생은 원래대로의 복원이 아니라 재생을 통해 으뜸(元)가는 도시로의 재생이 돼야 한다.

 그럼 으뜸가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하는가? 우선 도시재생은 사람중심, 장소 중심이 핵심이다. 여기서 사람은 주민, 활동가, 전문가, 공무원 그리고 기관장이 모두 포함된다. 그 사람들이 영속성을 확보하고 담당자가 고정화되는 것은 사업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장소성은 그 장소에서만 가능한 특별함과 역사적 문화적 인문학적 가치의 창출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도시재생의 성공 요인 중 또 하나는 지속가능성이다. 즉, 그 과정과 결과가 지속가능의 요인을 함축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십 년 뒤 미래 도시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주민의 요구를 반영할 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변동 없이 목표, 동력, 활력을 유지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이 함부로 변경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지속적 감시 및 보호 능력을 가진 지역 거버넌스(협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거기에 주민이 주도하면서 기업이나 대학 등이 참여하면 성공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다행이 인천의 원도심은 재생이 가능한 자원이 풍부하며 그 자원의 가치는 매우 높다. 또한 인천은 서울만큼 난개발이 되지도 않았고 경기도처럼 광역적이지도 않아 적절한 면적에 국가적으로 재생하기 가장 적합한 도시이고 재생의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결국 도시재생은 ‘얼마나 잘 하는가’보다 ‘그 크기가 얼마인가’보다, ‘어디를 향해 바라보고 실천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원도심에 활력을 다시 불어 넣기 위해서는 ‘잘 사는 마을’이 아니라 ‘살고 싶은 마을’이 돼야 사람이 돌아오고 정착하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는 선순환을 그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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