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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업 안내문. /사진 = 기호일보 DB
경기도교육청이 민선4기를 맞아 추진하는 ‘학교자치시대 구현’ 정책이 시작부터 엇박자를 보였다.

26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상륙한 지난 24일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휴업을 실시한 학교는 총 1천277곳으로, 전체 4천706개 교의 27.1% 수준이었다. 등교와 하교시간을 조정한 곳은 각각 321개 교와 41개 교였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이 늦어지면서 맞벌이 학부모와 학생 등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도교육청은 경기도교육감직 인수위원회가 향후 도교육청이 추진할 4대 핵심정책과 52개 세부과제를 담아 발간한 ‘백서’를 비롯해 지난 6월 치러진 교육감선거 당시 이재정 교육감의 공약사항 등을 기반으로 일선 학교의 교육자치를 추구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도 비상재해 등 급박한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교육청의 휴업명령이 없이도 학교장 재량으로 임시휴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태풍 상륙 전인 21일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각 학교에서 기상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위험 예상 시 학교장 판단에 따라 등·하교시간 조정 및 휴업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조치하도록 안내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태풍 상륙을 하루 앞둔 23일 도내 대부분의 학교들은 휴업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계속되는 중에도 도교육청의 휴업 명령만 기다렸고, 도교육청이 뒤늦게 ‘도교육청 차원의 휴업 명령은 시행하지 않고 학교장 재량으로 판단해 대응하도록 결정한다’고 밝힌 뒤에야 휴업 결정에 대한 논의에 나서며 학부모들의 혼란을 부추겼다.

도내에서 이날 오후 5시까지 도교육청에 보고된 24일자 휴업교는 실제 휴업을 실시한 학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316개 교로, 대부분 도교육청의 발표 이후 휴업을 결정해 학부모와 학생에게 안내했다. 이로 인해 미처 회사에 연차휴가를 신청하지 못하거나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은 교육청과 학교에 불만을 쏟아냈다.

학부모 김모(47)씨는 "결과적으로 큰 태풍 피해가 없었던 점은 다행이지만, 일기예보 등을 통해 도내가 태풍의 직접영향권에 들어가 극심한 피해가 예상됨에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결정이 늦어진 데 대해 화가 난다"며 "학교가 신속한 결정을 통해 학부모들이 사전에 대처할 시간을 마련해 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자치시대라고는 하지만 학교 휴업에 대해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의견도 크다 보니 도교육청의 결정 없이 학교 차원에서 휴업을 결정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향후 학부모들과 함께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해 혼란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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