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40%(1~2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소득 상위 40%(4~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로써 소득분배지표는 2008년 2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게 됐다.

일자리 확대와 저소득층 분배를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가 고용쇼크에 이어 빈부격차 심화라는 ‘정책의 의도와 결과가 180도 정반대’되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연말쯤 서서히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식이면 만성적 실업과 소비침체, 물가인상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까지 밀려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물론 작금의 어려움은 제조업 침체와 기업 구조조정,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산업 자동화 흐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우리 경제만 유독 문제가 크고, 급격히 심각해진 것은 그나마 남은 성장동력을 감퇴시킨 소득주도성장론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인상 속도가 빠른데 일자리 수요가 줄어드는 게 당연하지 않나. 결국 소득주도성장은 대기업 정규직과 소수 노조를 위한 특혜 정책이요,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 종사자에게는 고통과 불안정을 가속화한 혹독한 정책이 됐다.

 탄력적·단계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업종별·지역별 차등화에 대한 고민 없이 시행됐기에 이런 사단이 났다. 정책 실패의 간극을 메꿔줄 혁신성장도 아직은 립서비스에 머무를 뿐 성과가 없긴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4차산업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혁신성장에 성공하려면 경제적 자원과 능력이 최상의 상태로 융합돼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는 메디치 가문의 강력한 후원과 함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벽을 허물고, 서로의 재능을 융합하며, 시너지를 발휘했기에 가능했다. 혁신성장도 교육 및 R&D 투자, 인프라와 제도 개선, 규제철폐와 시장의 자율기능 존중 등 다양한 요소들이 최상의 상태로 결합할 때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여전히 집권 지지층의 눈치나 보며 소득주도성장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면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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