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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식 미추홀구청장
‘하버드의 성인’으로 불린 석학 존 롤스(John Rawls)는 자본의 달콤함에 길들은 현대인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서 「정의론」에서다. ‘다수가 누릴 보다 큰 이득을 위해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해도 좋다는 것을 정의는 용납할 수 없다’며 평등의 원칙을 제시한다. 타인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을 위해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사회적으로 소외돼 가장 미약한 수혜를 얻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최소 수혜자(the least advantaged)’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보장돼야 한다고 확고히 밝히고 있다. 올해 초 미추홀구청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가꾸고 싶은 도시 비전으로 줄곧 마음이 가 있던 명제다.

 정리하자면, 정책을 만들 때 가장 손해를 보게 될 사람이 동의할 수 있어야 정의롭다. 이때 방법론적으로 공정한 절차에 의해 합의된 것이라면 정의가 될 수 있다. 바로 미추홀구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마을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방법론이 완성된 순간이다. 선거 기간 후보자로 골목을 누비며 만난 주민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윽고 ‘골목골목이 행복해야 주민들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키워드로 주민 커뮤니티 공간 조성과 공동체 회복, 햇빛발전소 건설, 교육 평등, 그리고 마을 민주주의 실현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데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골목골목까지 행복한 미추홀구’ 라는 비전을 제시하자, 주민과 공무원들이 한결같이 첫 번째 실천 과제로 쓰레기 문제를 들었다.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는,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1번 핀을 쓰러뜨려야 가능한 것처럼, "제1과제로 골목골목이 깨끗한 도시를 만들자. 청소부터 시작하자."

 마을 민주주의의 기본단위는 골목이다. 골목이 행복해야 주민이 행복해지고 나아가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골목의 행복을 위해선 지방자치단체 최일선 행정조직인 동 행정복지센터에 권한과 역할을 나눠주고 그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행정복지센터는 구청 하부 조직으로 일방적 업무 지시를 받아왔다. 동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하향식 지시는 당연히 제반 문제를 노출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취임 첫 달 미추홀구 전체 21개 동장이 참여하는 확대회의를 열고 ‘깨끗한 골목’을 만들기 위한 의견을 들었다. 공통의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한 첫걸음으로 마련한 이날 회의에서는 뜻밖에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쓰레기 문제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해결해야만 하는 당위임을 반증해주는 대목이다. 하나 더, 주민과 소통에 집중, ‘말이 통하는’ 행정을 만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마을의 주인은 당연히 구민이다. 구민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지역공동체, 복지공동체, 경제공동체로 확대되는 것이 올바른 마을 민주주의 길이다.

 구정 계획을 세우는 주체가 공무원과 전문가 중심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과감히 행정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만 행정과 주민 간 신뢰가 쌓이고 함께 만들어가는 행보가 가능해진다. 구민 모두가 정책 참여자로 구청장과 직접 소통하고 공약 이행과정을 점검할 수 있는 주민 참여 행정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

 9월부터 골목골목을 돌아보는 ‘동네 한 바퀴’ 현장 방문에 나서려 한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4년, 부지런히 골목을 누비면서 소소한 변화를 이끌어 내려 한다. 그것이 곧 마을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닿아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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