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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수원시가 '저장강박증'이 의심되는 노부부의 집에서 쓰레기 청소작업을 벌였다. <사진=수원시>
일명 ‘쓰레기집’이라 불리는 경기도내 저장강박(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든지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 두는 강박장애의 한 가지) 가구들이 늘어나면서 일선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장기간 쌓인 쓰레기에서 오염과 악취가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받아도 거주자 동의를 얻은 후에야 수거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7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4년 전국 임대아파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292가구가 쓰레기집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51가구, 경기와 대전·충남이 각각 39가구, 인천 37가구, 광주·전남 36가구, 충북 20가구 등 순이다.

이러한 쓰레기집은 외부에서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쌓인 상당한 양의 쓰레기로 인해 각종 생활 불편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제보로 대부분 발굴된다. 이로 인해 현재 정부나 지자체가 체계적으로 집계한 발생 가구 수와 분포 등 뚜렷한 현황이 없는 실정이다.

5월 말께 수원시 권선구에 사는 A(70·여)씨 집 마당에 쌓아 둔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심한 악취와 각종 벌레가 발생하고 있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관할 동 주민센터가 이틀간 2.5t 규모의 쓰레기를 치우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쓰레기가 사유지 안에서 사유재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지자체 담당자가 이를 파악해도 거주자 동의를 받지 않으면 청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쓰레기집에 사는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저장강박이나 다른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집 안의 쓰레기를 치울 수 있도록 허락을 받는 게 쉽지가 않다. 길게는 1년이 넘도록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A씨의 경우도 당사자가 청소 작업을 반대했지만 동 주민센터의 끈질긴 설득 끝에 집 내부에 쌓인 쓰레기는 건드리지 않는 조건으로 청소 허락을 받아냈다.

상황이 이렇자 도내 지자체마다 자체적으로 ‘저장강박 가정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나서고 있다. 수원시는 2015년 7월부터 현재까지 저장강박증을 앓는 시민의 ‘쓰레기집’을 청소해 주는 ‘클린케어 사업’으로 총 83가구를 지원했다. 시는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8월 31일까지 30가구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성남시 중원구, 고양시 일산동구, 광명시 등도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장강박 가구를 줄이기 위해선 지역 자원을 활용한 발굴과 함께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인 치료가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명수 도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저장강박증의 경우 대부분 혼자 살며 대인기피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정신병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쓰레기 저장으로 인해 타인에게 위생상 피해를 입힐 정도로 증상이 심하면 지자체에서 어느 정도 강제적인 치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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