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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제73주년 광복절을 코앞에 둔 시점에 인천시가 친일파 ‘김활란’을 ‘인천을 빛낸 여성’으로 선정, 지난 5년간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때 아닌 역사 바로 세우기, 인천 정체성 논란이 일었다.

시 관계자는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친일파가 선정됐는지 몰랐다며 "사실로 확인되면" 해당 글을 내리겠다고 밝히고 문제의 글을 삭제했다. 여성 관련부서에서 벌어진 일로, 최소한 시 산하 역사 관련 기관에 확인 절차만 거쳤어도 이런 사달이 나지는 않았을 거다. 인천 공직사회의 역사와 정체성을 대하는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다.

한편 인천시의회 조성혜(민·비례대표)의원은 ‘민주화운동 기념에 관한 일부 개정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화운동 중 5·3민주항쟁 추가 ▶기념사업에 역사 편찬사업 신설 ▶(인천민주화운동)센터 활동 유효 기간 삭제 등이 골자다. 자신이 수장으로 몸담았던 인천민주화운동센터의 지속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든 거다.

 전형적인 ‘셀프 조례’다. 그런데 조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센터를 대신할 ‘인천민주화운동 기념관’ 건립을 주장하고 박남춘 시장의 약속까지 받았다. 중복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역사가는 또 뒷전이다.

 조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의 핵심사항은 센터 운영 기간 및 위탁운영의 영속성 확보와 센터 사업영역의 확대 및 재정지원의 안정화다. 이에 협력할 관계기관도 기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기관·관련단체 등에서 교육감까지 확대하고 이들과의 ‘협력’도 ‘책무’로까지 격상했다. 마치 지난 시의회에서 겪었던 설움을 여당 일색의 이번 정국에서 설욕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선거 당시 ‘셀프 공천’ 구설에 올랐던 조 의원이 이번 일로 ‘셀프 조례’ 논란에 휩싸일까 걱정된다. 가뜩이나 센터 위탁운영 단체가 한곳으로만 특정돼 있어 지난 의회에서도 입방아에 올랐는바, 그곳은 조 의원이 관여한 단체다. ‘영구위탁’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한편 어려움에 봉착한 인천민주화운동센터를 대신해서 건립해야 한다는 ‘인천민주화운동’ 기념관은 조 의원 등 추진 주체의 지역사회 의견 수렴 부족 등의 문제로 반쪽 논란에 휩싸여 있다. 기념관 건립 추진에 앞서 인천민주화운동의 개념과 범주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인천시민의 사회적 합의 과정이 요구되는 사안이란 거다. 5·3민주항쟁, 6·10항쟁, 노동자대투쟁, 인천대학교 시립화운동, 굴업도 핵 폐기장 반대운동, 인천대교 주 경간 폭 확대운동 등 그 분야도 다양해서 다방면에 걸친 의견 수렴이 최선이다. 하지만 조 의원 등은 기념관 건립을 선거 시기에 맞춰 ‘특정 정파·정당의 전유물’처럼 접근하고 말았다.

최근 박 시장도 이런 문제점을 공유한 거로 알려졌다. 인천 출신 시장이라 인천 정체성과 민주화운동사는 반드시 다뤄야 할 주제지만 다양한 의견 집단이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센터의 영구위탁 논란, 기념관 추진의 절차상 공정성 시비 그리고 두 기관의 중복 문제 등 여러 쟁점이 혼재돼 있어 간단치 않다는 거다. 혹자는 역사를 이긴 자의 것으로 간주하지만 역사는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일 뿐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는 면에서 역사전문기관의 특화발전 논의가 활발하다.

 그간 시는 강화고려역사재단과 인천문화재단의 잘못된 통합에 이어 문화재단 산하에 ‘인천역사문화센터’를 두는 우를 범했다. 재검토가 필요한데 대안으로 기존 ‘인천시사편찬위원회’를, 서울시처럼 ‘시사편찬원’ 수준으로 확대 개편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거다. 이제 인천의 정체성 및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박 시장의 소통과 협치 시정이 발휘될 때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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