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0.jpg
▲ 28일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의 한 주택가에서 어린 손녀와 할아버지가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아, 오늘도 아이들이 등원할 때 엄마들의 미심쩍은 시선이 꽂히겠구나."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A(36·여)씨는 인천지역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날이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자신도 학부모들에게 괜한 의심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교차되곤 한다.

A씨는 "안 좋은 소식이 들릴 때마다 학부모들의 불안도 이해는 되지만,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같은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학부모들의 의심 섞인 눈초리를 대할 때면 억울할 때도 있다"며 "하지 않은 것을 증명하기가 더 힘든 만큼 때로는 답답한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지역 내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최근 아동학대가 늘면서 자신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전락했다고 호소한다. 일부 자격 없는 보육교사들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자인 것이다.

이는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열람 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보건복지부의 ‘어린이집 CCTV 열람 건수 및 아동학대 확정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전국 어린이집의 CCTV 열람 건수는 하루 평균 30건을 넘어섰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전국 4만356개 어린이집의 CCTV 열람 건수는 총 5천519건이다. 6개월간 하루 평균 30.5건씩 열람된 것이다.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인 2015년(2.6건)보다는 11배가량 늘었고, 설치가 의무화된 2016년(16.2건)보다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반복되는 어린이집 사고로 인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반면 CCTV 열람 후 아동학대로 확정되는 경우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5천519건의 CCTV 영상 열람 결과, 아동학대로 드러난 경우는 41건(0.7%)에 불과했다. 2015년에는 2.0%, 2016년에는 1.7%로 아동학대 확정 비율은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CCTV 열람 요청이 어린이집 교사의 업무 가중뿐 아니라 정서적 박탈감의 원인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시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생채기가 나는 등 문제가 생기면 부모들이 곧바로 CCTV 열람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고, 커뮤니티 등에서 CCTV 열람이 가능하다는 등의 정보가 공유되면서 더 늘어난 경향도 있다"며 "교사들도 사람이다 보니 한 번 의심을 받고 나면 억울하고 속상한 기분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 한동안 보육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보육교사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