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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이 있다. 셜록 홈즈와 에르퀼 푸아로다. 두 명탐정 모두 가상의 인물로, 홈즈는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탄생시킨 날카롭고 지적인 탐정 캐릭터의 시작을 알린 인물이다. 반면 푸아로는 조금은 다른 선상에 있다. 키가 작으며 통통한 체격의 이 탐정은 바쁜 걸음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이 펭귄을 연상시켰으며, 왁스로 멋을 낸 카이젤 콧수염과 독특한 억양은 어딘지 우스꽝스러운 첫인상을 준다. 그러나 푸아로의 다소 허술한 듯 보이는 이미지는 목격자나 용의자들의 다양한 증언을 끌어내는 데 한몫한다. 그에게 친근감을 느껴 이야기를 쏟아내는 사람들의 진술에서 푸아로는 결정적인 단서나 위증을 찾아내곤 한다. 오늘 소개하는 1974년도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탐정 푸아로가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시리즈이기도 하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 명탐정 푸아로도 부랴부랴 탑승한다. 12월의 평범한 그날, 유독 1등 칸이 붐볐고 12개의 객실을 꽉 채운 승객들의 국적과 직업은 다양했다. 그 중 사업가라고 밝힌 미국인 래채트는 푸아로에게 거금을 제안하며 신변 보호를 요청하지만 그는 거절한다. 그리고 다음 날 래채트는 살해된 채 발견된다.

 푸아로는 1등 칸 승객 중 범인이 있음을 확신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사업가라던 래채트는 5년 전 여아를 유괴해 살해한 범죄자임이 드러났고, 연관이 없어 보였던 11명의 승객들은 세상을 떠난 여자아이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존재했다. 미궁으로 빠져드는 상황 속에서 푸아로는 회색 뇌세포를 사용해 진범을 특정할 수 있을까?

 「ABC 살인 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함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하나다. 오랜 기간 사랑받은 만큼 이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로도 여러 번 각색돼 선보인 바 있다. 그 중 1974년도 영화는 원작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린 작품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캐스팅 또한 화려하다. 숀 코너리, 로렌 바콜, 잉그리드 버그만, 엔서니 퍼킨스 등 황금기 할리우드를 이끌었던 명배우들의 원숙한 연기는 추리의 긴장감을 높여 준다.

 다수의 용의자 중 한 명의 범인을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범인이 아닌지를 가려내야 하는 색다른 설정은 이 작품의 백미이다. 시대별로 다양하게 재탄생된 만큼 여러 버전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두루 살펴보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재미다. 범인을 알게 된 푸아로의 최종 결정은 작품별로 상이한 만큼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무더위의 끝자락인 이번 주말은 추리 영화와 함께 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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