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두 가지 질문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8월 31일 금요일 제10면

최원영 행정학박사.jpg
▲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여기기가 쉽습니다. 이때는 무척 서럽습니다. 젊어서는 가족을 위해 또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렇게 가족에게나 회사에게 쓸모가 있었지만 이제는 전혀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쓸모가 없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대상은 다르지만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기다리는 존재가 늘 있습니다. 그들을 우리의 재능과 기술과 지혜로 도우면 됩니다. 이렇게 노후에는 쓸모 있는 사람으로 부활하는 겁니다. 이때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고 마음속에는 행복감이 그윽해집니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 나오는 대화가 기억납니다. "천국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해요.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다른 하나는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었는가?’이지요."

 이제까지의 삶은 자신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며 살았다면, 은퇴 이후의 삶은 가족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쁨을 주며 사는 것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너’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을 하고, 그런 일을 스스로 기꺼이 기쁘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힘이 돼 주는 삶은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역사상 최고 부자의 한 사람으로 알려진 석유왕 록펠러의 삶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가 최고의 자선사업가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업 초기부터 돈 벌기 위해서는 냉혹함과 함께 불법도 마다 않던 돈벌레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큰돈을 번 그가 55세가 된 어느 날, 불치병으로 1년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습니다. 치료받던 어느 날, 병원 복도에서 낯선 가족들이 울면서 대화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습니다. 어린 딸의 수술비가 모자라 울고 있었던 겁니다. 그는 조용히 병원 관계자에게 말했습니다. 자신이 소녀의 병원비를 대겠으니 어서 치료를 서두르라고 말입니다. 얼마 후 소녀가 완치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때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이전까지는 자신의 성공만을 목표로 살아서 자신과 무관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 자체가 없었지만, 일면식도 없는 한 소녀의 완치 소식이 자신을 그렇게도 기쁘게 한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감동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것이 곧 행복임을 깨닫고는 자선과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죽을 때 가져갈 재산은 아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1년 시한부 인생이 아니라 생명이 계속 늘어나는 게 아닌가요? 더구나 건강까지 회복되면서 말입니다. 그는 그렇게 43년을 더 살아 98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멋진 삶을 살고 세상을 떠난 성현들의 깨달음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는 "눈으로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귀로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머리로는 남의 행복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했고,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냐고 묻는 제자에게 아인슈타인 역시 "당연하지 않느냐? 타인을 위해서다. 하루에도 백 번씩 나는 ‘나의 삶이 살아있거나 혹은 죽은 사람의 노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되새긴다. 그리고 받은 것만큼 되돌려주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해야만 하는가를 스스로 일깨운다"라고 말했습니다.

 은퇴 후에도 무려 30년 이상을 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은퇴 전까지는 성공을 위해 달려왔다면, 은퇴 후에는 은퇴 전까지 사회에서 받은 은혜를 사회에 다시 돌려주는 일로 삶을 이어갈 수만 있다면, 이것이 나이가 들어도 젊게 사는 비결이고 또한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두 가지 질문에 유쾌하게 답할 수 있는 삶이 아닐까 합니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기호일보 (http://www.kihoilb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