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이 10%에 육박하면서 청년취업이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공무원, 대기업 등 사회적 평판이 좋은 직장만 선호되기 때문에 실업 문제는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의지와 열정만 있으면 소위 주변에 강소기업들은 많다. 도내 중소기업에 취업해 자신들의 꿈을 키워 가는 청년취업자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사례1. 지난해 안양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종국(20)씨는 재학시절 내내 대기업 제조업 취업을 목표로 준비했다. 대기업을 희망한 이유는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평판을 고려했던 것. 하지만 고3 시절 우연히 도내 우수 중소기업을 탐방한 후 입사 목표를 수정했다. 현재는 안양의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한 씨는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우연히 선생님 추천으로 도내 중소기업 탐방 프로그램을 참여해 보니 부정적으로 인식했던 중소기업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할 수 있던 계기가 됐다"며 "기업 규모보다는 내게 맞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취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례2.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정길(25)씨는 전공을 살려 대학 4학년 때 휴학을 하고 직원 1천 명이 넘는 대기업 IT 프로그램 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담당업무와 강도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해 결국 6개월 만에 퇴사를 결정했다. 그 후 복학하면서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운데 직원이 10명밖에 되지 않는 수원의 한 IT 중소기업에 재취업했다.

 박 씨는 "벌써 2년째 충분히 만족하면서 근무하고 있다"며 "대기업이라는 사회적 평판보다는 나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근무하고 있다. 중소기업이지만 나의 능력을 다양한 곳에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융합투어’에 참가한 학생들이 기업 방문 후 면접을 보고 있는 모습.
사례에 나온 취업자들은 모두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이하 융합경기연합회)의 청년 중소기업 탐방 프로그램인 ‘중소기업 융합투어’와 ‘중소기업 탐방’을 경험했다.

 최근 융합경기연합회에서 진행하는 도내 중소기업 융합 현장 투어가 학생들의 취업문을 열어주고 있다.

 원래 융합투어 및 중기 탐방은 도내 중소기업 CEO, 지원기관과 함께 현장을 찾아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현장에서 해결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기술·정보 융합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수십 년째 이어져 온 중소기업들의 인력 확보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5년부터 도내 특성화고 학생 등 청년구직자를 초청해 직접 중소기업 현장을 보고 느끼며 면접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 ‘중소기업 융합투어’ 참여 만족도 ‘높아’

 융합투어는 1년에 4번 경기북부·남부·서부·동부지역에서 3~4개 기업을 모집해 진행한다. 1번 진행할 때마다 융합경기연합회와 업무협약이 돼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와 대학교로부터 신청을 받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 40명이 참여한다. 학생들은 융합투어를 통해 희망하는 기업에서 현장 면접을 보고 바로 채용될 수 있다.

 중소기업 융합투어의 만족도도 높다. 참여 기업의 87%(매우 만족 27%, 만족 60%)가 프로그램에 만족한다고 대답했으며, 청년들 또한 81%(매우 만족 14%, 만족 73%)가 만족의 뜻을 나타냈다.

▲ 중기 관계자가 기업 및 작업장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모습.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제공>
 융합투어에 참여한 박현수(수원공고 3년)군은 "생산 과정을 보면서 식품 위생관리가 철저하고 최신식 기계로 자동화된 데 매우 놀랐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는데, 취업에 대한 생각도 진지하게 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투어에 참가한 안성시 소재 지엔티 한현수 대표는 "생산관리자 4명과 영업사원 1명을 채용할 계획으로, 능력 있는 좋은 관리자·기술인이 되도록 키울 예정"이라며 "회사 문화를 공유하고 함께 커 나간다면 회사는 물론 취업자들의 발전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도내 중소기업을 위해서라도 융합투어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도내 취업 해결사로 발돋움

 올해도 도내 18개 강소기업이 83명의 청년 채용 의지를 밝힌 가운데 융합경기연합회는 분기마다 고교생(120명), 대학생(200명), 취업준비생(80명) 등 총 400명 규모의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해 3월 청년구직자 45명이 안성에 위치한 지엔티와 군포의 대흥을 방문했으며, 4월에는 시흥의 성우에이택과 안산의 정우몰드, 유니테크 등에 고교생을 비롯한 교직원, 학부모 등 80여 명이 참가했다. 올 4월 시흥에 위치한 한양시스템에 이어 안산 ㈜영재철강과 ㈜한국프로테크를 방문했으며 7월 포천 통명석재㈜, 의정부 ㈜지에프에스, 파주 ㈜에펠INC 등 경기북부지역 3개 사를 잇따라 찾았다.

 올해 4년째를 맞은 현재 융합투어와 중기 탐방은 청년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자리잡았다.

 

▲ 중기 관계자가 기업 및 작업장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모습.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제공>
지난해 도내 8개 고등학교가 융합투어와 중기 탐방에 참여한 결과 총 참가 인원 227명 중 168명의 채용이 확정되며 74%의 취업성공률을 보였다.

 한희준 융합경기연합회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구직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시작한 탐방 프로그램이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어 책임이 더욱 무겁다"며 "도내 기업들의 애로 해소는 물론 청년구직자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데 융합경기연합회가 적극적으로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내 중소기업 인력난과 청년층 실업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융합투어를 향후에는 중장년으로 확대 추진해 도내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인력난을 동시에 해결할 계획"이라며 "또 지난해부터 융합경기연합회에서 만든 산하 조직 ‘아름다운작은연구소’를 더욱 활성화해 도내 중소기업들의 R&D 연구개발 촉진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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