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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시작부터 추진해온 이 정책에 대해 야권은 물론이고 상당수 언론과 전문가들도 그 한계를 지적해 왔다. 급기야 일부 언론에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의 소득주도성장 대(對)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이라는 대립구도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경기가 악화되고 일자리 증가 폭이 줄어들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경기악화의 배경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지만, 이에 대한 야권과 보수언론들의 비판은 그 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 내용인 즉 "당장 소득주도성장 노선을 폐기하고 혁신성장 노선으로 회귀하라"로 요약된다.

 소득주도성장 노선의 골자는 임금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가계의 소비가 증대되고 이는 기업의 투자확대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 이하로 추락한 상황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성장률 반등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 현 정부의 인식이다. 그래서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소득 재분배도 강화하며 성장률을 다시 3%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반면 작년 가을부터 문재인 정부가 또 하나의 주요 시책으로 내세운 혁신성장은 많은 선진국들이나 기존의 우리 정부가 추진해왔던 것들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경제가 과거와 같이 노동과 자본의 양적 투입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지속가능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득주도와 혁신이라는 두 성장노선은 서로 대립적이며 양자택일의 대상일까? 이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해야 한다.

 여러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것을 경제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학 신입생들이 배우는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국민소득은 소비와 투자, 정부 지출, 경상수지로 구성된다. 정부 지출은 고정적인 성격이 강하고 경상수지는 외부 변수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실제로 시장경제에서 변동하는 주요 요소는 소비와 투자이다.

 개인 소비는 국민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경기나 정책 변화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적인 성격이 강하다. 반면 국민소득의 30% 내외를 차지하는 기업 투자는 경기나 정책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크게 변동한다. 따라서 국민소득이라는 파이를 키우는 경제성장을 위해서, 많은 전문가들은 소비보다는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왔다. 기업의 투자증대를 통해 국민소득을 키우는 것이 혁신성장이며, 이것이 오늘날 주류 성장노선이라고 불린다. 소비와 투자가 대립적인 것이 아니듯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대립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둘은 상호 보완적인 것이 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시장경제에서 보면 그 상호 보완성을 확보하는 것이 결코 용이하지는 않다. 두 성장 노선이 수레의 두 바퀴처럼 각자 역할을 하며 맞물려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우선 혁신성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풀 수 있는 규제를 최대한 풀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대기업 편의를 봐주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현 정부 지지층의 반발이 일고 있다. 하지만 분배를 위해서라도 성장은 필수적이며 그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적극 투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다음으로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주로 서민층의 소득증대가 소비로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제개혁도 필요하겠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렇게 됐을 때 비로소 현재 소득의 증대는 저축보다 소비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보완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와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개인들의 소비가 기업의 투자로 연결되고 신제품에 대한 기업 투자가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데 모든 경제주체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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