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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경기시인협회 이사
오우천월(吳牛喘月)이라는 고사가 있다. 중국 오나라의 소가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 헐떡거린다는 이야기로, 더운 지방에 위치한 오나라의 소들이 더위에 지쳐 있을 즈음, 달을 해로 착각해 반사적으로 숨을 헐떡거린다는 뜻이다. 일상의 일에 지레 겁을 먹고 허둥대는 행태를 비유한 말이다. 이는 어쩌면 경기도가 100억 원 미만 공공 건설공사의 예정가격 산정 시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개정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고 밝히자 건설업계에서는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며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이 또한 현대판 ‘오우천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표준시장 단가’ 적용 제도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 제1항을 근거로 국토교통부 훈령인 ‘표준시장 단가 및 표준 품셈관리 규정’에 의해 운용되고 있다. 즉,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 공무원은 법령에 근거한 가격을 기준으로 예정 가격을 결정해야 하며, 공사의 경우 이미 수행한 공종별 시장거래가격 등을 토대로 산정한 ‘표준시장 단가’로써 중앙관서의 장이 인정한 가격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공사비 산정 기준은 ‘표준품셈’과 ‘표준시장 단가’ 두 가지로 분류된다.

 ‘표준품셈’이란 대표적인 공종·공법을 기준으로 삼아 산정되며 공사비의 경우 자재비, 노무비, 장비비, 가설비, 일반경비 등 고시된 항목으로 나뉘어져 정부 고시 가격에 따라 산출된다. 이에 따라 발주기관에서는 낙찰 예정가를 결정하고 있으며 건설업체도 이를 기준으로 응찰가를 산출해 입찰에 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시로 변하는 건설 현장의 환경과 이에 따른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공법과 기술에 대한 경비 산출에도 한계가 있어 적정 공사비를 산출하는데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부언 하자면, 예정가격을 산출함에 있어 건설공사의 현장 여건이나 공법에 상관없이 동일한 품셈이 적용됨으로써 도로를 포함한 토목공사의 경우 신설이나 확장에 관계없이 절토의 단가나 성토의 단가는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즉 작업의 효율성이나 공사 환경에 대한 난이도 등이 표준품셈에는 반영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표준시장 단가’는 과거 수행됐던 동일 종류의 공사 계약 단가와 최근 시행된 비슷한 규모 공사의 평균 비용을 축적해 만든 기준으로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한 공사비를 말한다.

 예컨대, 100억 원으로 산출된 건설공사 예정가격의 경우 통상적 낙찰률 90%를 감안한다면 그 공사비는 90억 원으로 산정되는 것이며 이를 원도급자가 각 공종별로 분리해 10%의 수수료를 받고 하도급을 주었다면 그 공사비는 ‘표준 시장 단가’를 적용했을 경우 동일한 건설 공사임에도 80억 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공정하지 못한 거래를 시도하는 사업주들은 하청을 줄수록 밥그릇이 작아지니 당연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하청 수수료로 감액된 공사비가 ‘표준시장 단가’의 기준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시장경제는 상호 간 평등한 제도의 틀에서 안정되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공직사회는 한층 더 맑아졌으며 공정해졌다.

 이러한 시점에서 공사원가를 공개하고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할 경우 무분별한 하도급으로 인한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건설 근로자들의 처우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돼야 하며, 당사자는 계약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 따라서 ‘표준시장 단가제’는 오히려 시장 상황에 따라 단가가 형성되기 때문에 건설업계에서 걱정하는 우려와는 달리 오리려 합리적일 수 있다. 아울러 시장경제의 흐름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그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만약 특정인과 그 단체들이 카르텔을 형성하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장경제의 흐름을 교란시킨다면 그것은 건설공사 현장에서 암(癌)적 요소로 작용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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