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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우리와 일본 총리 아베 일가와의 악연은 깊다 못해 언제까지 계속될지 신경이 쓰인다. 1910년 경술국치로 시작된 36년의 종지부를 찍은 1945년 일본의 항복 당시 마지막 조선 총독은 아베 노부유키(현 일본 총리 아베의 조부)였다.

그리고 1960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주변국 침략을 목적으로 집단적 자위권 관련 헌법 개정을 추진한 기시 노부스케(아베 총리의 외조부) 당시 총리의 속셈은 군국주의로의 회귀였다.

1990년대 초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전면에 노출됐고 저들의 종합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가 이 문제를 특별대담 기사로 혐한 담론이 본격화되는데 있어서도 아베 집안은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총리 취임 이후 아베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저지른 온갖 악행들, 일본군 위안부는 물론 강제적 징용, 숱한 인권 말살 사례들을 부인하거나 왜곡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심지어는 기존의 무라야마 총리 등이 밝힌 사죄 담화까지 부정적으로 깎아내리거나 왜곡 해석하고 있다. 또 걸핏하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우기거나 방위백서, 더하여 교과서 개정까지 대놓고 주장한다.

 올 들어서는 북한이 대화노선으로 전환했음에도 북한을 자신들의 재무장 지렛대로 쓰려는 관성은 여전하다. 사학 스캔들, 헌법 개정 등으로 지지도가 급락할 때마다 북한의 위협(핵·미사일)을 과장해서 곤경에서 벗어나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얼마 전까지 미사일 대피훈련을 실시하고 태평양전쟁 당시를 방불케 하는 경보 시스템을 가동해 공포심을 자극함으로써 목적을 이루려는 것 외에도 혐한 감정을 적극 활용하는데 아베는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혐한을 부추기며 교묘하게 활용하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혐한은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의미하는데 일본의 극우세력들, 아베를 포함해 정치·사회·문화계의 국수주의자들이 왜곡된 민족주의와 애국심 고려용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증오범죄 연구자 레빈은 ‘증오의 피라미드 5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제1단계는 편견, 제2단계는 편견에 의한 행동, 제3단계는 차별행위, 제4단계는 폭력행위, 제5단계는 인종학살(제노사이드)이다.

 혐한을 서슴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보면 5단계 이론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들은 일제강점기 36년을 마치 정당한 것이고 아베는 공공연히 식민통치를 통해 한반도의 근대화를 도왔다고 강조한다. 편견도 이런 편견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의 바탕이 또한 그렇다. 편견에 의한 행위다. 재일 한국인을 비롯해 남북한에 대한 아베의 차별행위는 수없이 경험한 바다. 이미 1∼3단계가 분명하다. 집단적 자위권 운운하는데 이는 한반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의도다.

 아베의 조부나 외조부의 시대에 그들은 동아시아 평화담론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결국은 군국주의의 발톱을 가리는 장막에 불과했고, 아베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음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그는 육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시스템 같은 첨단무기 도입을 위해 없는 위협까지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

 아베와 일본의 극우세력의 이런 행위를 가볍게 보거나 혐한 발언 등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서 이대로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언제 그의 조부나 외조부가 했던 것처럼 변할지 모른다. 아니, 아베는 혐한의 확신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지난 역사에 대해 이토록 한국과 한국인을 멸시하고 모욕하고 공격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혐한은 느닷없는 현상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훈련되고 양성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혐한을 이루는 성분들을 하나하나 해체시켜야 한다. 그리고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넘어 작동하고 있는 혐한의 구조적 문제도 함께 고찰해야 한다.

 장기 집권을 눈앞에 둔 아베 일본 총리의 움직임과 발언을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 내부적으로 국민 모두의 일치된 협력과 화합을 이룩해야 한다. 경술국치를 종료시킨 1945년 광복과 해방의 기쁨을 새삼 즐기며 기념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 의미를 곱씹으면서 지금 일본이 재웅비라는 국가적 과제를 놓고 보여주는 아베의 모습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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