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인천시는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la D'efense)’를 꿈꿨다. 이를 본뜬 최첨단 입체복합도시를 갈망(渴望)했다.

서구 가정오거리 일원의 ‘루원(樓苑)시티’가 그것이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경인고속도로 직선화가 가장 컸다. 사업 초기 국토교통부 등 땅 주인과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도 한몫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은 장기간 멈췄다. 천문학적 손실과 혈세 낭비가 뒤따랐다. 이 과정에서 공익사업과 도시재생을 통한 원주민 재정착은 무참히 밟혔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장이 됐다.

본보는 지난 10년간 이 사업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 내기 위해 사투(死鬪)를 벌여 온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봤다. <편집자 주>

▲ 사업비 2조3천여억 원이 투입된 인천 서북부 최대 개발사업인 ‘루원시티 조성공사’ 현장 전경.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사업비 2조3천여억 원이 투입된 인천 서북부 최대 개발사업인 ‘루원시티 조성공사’ 현장 전경.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이동칠(67)씨는 루원시티 개발사업으로 정든 집을 나왔다. 그는 지난 10년간 가정오거리(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의 무효를 주장하며 인천시와 법원을 상대로 온갖 소송을 해 왔다.

기자는 지난달 29일 인천시청 앞에서 이 씨를 만났다. 때마침 이곳에서는 인천지역 재개발반대연합회가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그는 이날 집회에 처음 참여했다. 그동안 채소 트럭 행상을 하며 혼자서 밝혀 내고 겪은 일들을 같은 처지의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이때마다 그의 눈빛에 서린 분노는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는 2006년 8월 시보에 게재된 이 구역 최초의 고시가 조작됐을 뿐더러 잘못된 법리를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원주민들에게 엄청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년간 이 씨는 이를 충분히 입증했다고 자신했다. 비록 법원이 직접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더라도 결국 그의 손을 들어줬다고 그는 판단했다.

시는 2006년 8월 28일 ‘인천도시관리계획(가정오거리 도시개발구역지정 등) 결정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서구 가정동 571 일원 97만2천141㎡의 터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기(旣) 수립된 개발계획을 결정해 고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인고속도로와 연계(편입)해 이 일대를 국제적 수준의 입체복합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목적을 명시했다. 사업시행자는 시와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로 못박았다. 사업 기간은 도시개발구역 지정일로부터 2012년까지라고 적혀 있다. 이 고시는 향후 주택공사가 원주민의 토지 등을 강제 수용할 때 ‘사업 승인’ 처분의 근거로 쓰였다.

하지만 이 씨는 ▶가정오거리 일원은 앞서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바 없고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는 이틀 후인 2016년 8월 30일에 났으며 ▶당시 ‘공익사업법’에는 문화재를 보호하는 이 구역 도시재생사업은 수용사업에 제외된다며 시를 상대로 즉각 맞섰다.

2009년 7월 감사원은 주택공사 감사 결과, 이 씨의 주장에 힘을 싣는 결과물을 내놨다. 감사원은 시가 2006년 8월 고시 이후 2008년 6월부터 이 구역의 토지 및 지장물 보상을 벌이고 있지만 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당시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인천시장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는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2007년 1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경인고속도로 폐지 불가 및 개발구역 편입(8만6천567㎡ 규모) 제외 입장을 공식적으로 시에 전달했지만 시가 무시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관계 행정기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와 지장물 보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택공사 역시 ‘주의’ 조치를 내렸다. "‘도시개발법’상의 절차를 밟지 않은 2006년 8월 고시가 위법하다"고 이 씨가 주장하는 대목이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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