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160여 개의 섬을 품고 있다. 내륙 끝단은 서구 세어도 선착장에서 송도국제도시까지 이어진다. 낙조와 아름다운 해변은 덤이다.

하지만 서해 낙조를 보려면 철조망이 아른거린다. 해변마다 철조망이 흉물이 된 지 오래다. 분명 인천은 부산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도시다. 그럼에도 인천시민은 반세기 넘게 바다를 곁에 두고도 품지 못하고 있다.

 본보는 해안가 철책 제거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과 활용 방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인천시가 해안선 철책 제거 1단계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남동산단 해안도로 철책 일대 전경.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인천시가 해안선 철책 제거 1단계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남동인더스파크 해안도로 철책 너머로 도심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3일 오전 남동인더스파크(남동산단) 해안도로. 송도국제도시에서 남동산단 방향으로 시작되는 해안가 초입에는 나무로 만든 ‘인천 둘레길’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평일이지만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무표정하게 지나친다. 이곳은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차도와 맞닿아 있는 일반 보도, 또 다른 하나는 차도보다 높아 해안을 볼 수 있도록 만든 길이다. 하지만 성인 남성 허리 높이로 설치된 콘크리트 벽 위에는 시민들의 접근을 막아서기라도 하듯 날카로운 칼날 같은 철이 돋은 철책이 위압감을 준다.

철책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해안경비초소 철문이 설치돼 있다. 철문이 굳게 닫힌 초소에 설치된 전력량계는 9월분이 ‘0’으로 나타나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철책 너머로 송도국제도시 풍경이 눈에 띈다. 무장한 적의 침투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철책 너머로 보이는 어색한 풍경이다.

이처럼 인천지역에 설치된 철책은 강화와 옹진을 제외한 인천 해안 212㎞의 30%인 63.6㎞에 달한다. 대부분 한국전쟁 이후 설치된 것이지만 도시가 확장하면서 철책도 함께 늘어났다. 무엇보다도 반세기 전에 세워진 이들 철책은 무장한 적을 막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역할이 없어진 지 오래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송도 11공구 인근 버드아일랜드 구간에 가 보면 인천 내륙 쪽으로 철책이 세워져 있다"며 "접경지역은 철책을 걷어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불필요한 지역, 특히 도심지역 철책 제거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철책을 감시카메라 등으로 바꾸고 시민들에게 친수공간으로 제공한 곳도 있다. 남동산단 해안도로를 지나 인천신항으로 가다 보면 도로 끝부분에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2010년 조성한 ‘신항 바다쉼터’가 나온다. 이곳은 시민들이 낚시도 할 수 있고 서해바다의 낙조를 즐길 수 있도록 전망대와 보행로 등으로 꾸며진 공간이다. 이날 역시 십수 명의 낚시꾼들이 바다에 낚싯대를 던지고 있었다.

바다쉼터에서 만난 김영도(70·학익동)씨는 "수년 전부터 이곳에 와 낚시를 하고 있다"며 "멀리 가지 않아도 같은 인천에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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