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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간질이라 불렸던 뇌전증은 뚜렷한 유발 원인이 없어도 반복적인 발작 증세를 보이는 일종의 경련성 뇌질환이다. 비교적 흔한 만성 신경계 질환이지만 뇌전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 발병 연령과 발작 종류, 뇌파·뇌 영상 소견 및 경과 등이 환자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법을 고려하게 된다.

이 중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흔히 발병하는 ‘양성 롤랜딕 뇌전증’은 중심 측두부 극파를 보이는 소아기 양성 뇌전증으로 특징 뇌파가 관찰되며 주로 수면 중에 발생한다. 대부분 청소년이 되면서 자연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경련 증상을 차단하기 위한 항경련제를 투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뇌 성장이 활발히 이뤄지는 소아청소년기에 약물을 언제까지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많은 고민이 있었다. 뇌파의 이상으로 인한 발작이 한동안 나타나지 않아도 정상화되는 구체적인 시기를 판단하기 어렵고, 발작의 재발을 우려해 약물치료를 중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4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신경분과의 황희·김헌민·최선아 교수 연구팀은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뇌전증센터의 데니스 들루고스 박사팀과 134명의 양성 롤랜딕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뇌전증 발병부터 완화까지 최장 10년간 추적 관찰하는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뇌파 분석 결과, 양성 롤랜딕 뇌전증 환자의 비정상적인 뇌파가 사라지는 연령은 평균 11.9세이며, 전체 대상자 모두 만 17세 이전에는 뇌파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발병 후 뇌파가 정상화되기까지는 평균 3.76년이 걸리는데, 짧게는 1년부터 가장 길게는 10년까지 다양하게 관찰됐다. 뇌파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1~2년 이상의 충분한 기간 동안 발작 증세가 없으면 환자 투여 약물을 감량하고 점진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안전함을 다시 확인했다. 약물 투여를 중단할 당시 양성 롤랜딕 환자의 뇌파에 이상이 있었던 경우라도 치료 중단 후 발작이 재발하지 않고 증세가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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