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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 의혹을 제기했다가 주가 조작 등을 이유로 8년의 징역형을 마치고 지난해 3월에 만기출소한 김경준 전 BBK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해 "MB가 너무 편하게 구치소 생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는 기사가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병원 입원 허용 등 다른 수감자들에 비해 특혜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요새 언론에 명박이가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하나로 버틴다 하는데, 보통 수용자들은 선풍기 1개로 6명이 버틴다"며 "나도 여름 땐 거의 12㎏씩 빠졌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명박이는 비교적 너무 편하다!"며 "구치소장(은) 제발 공정하게 해라!"라고 일갈했다고 한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일반 수감자들과 달리 차별적인 특혜를 받는다는 소식에 분통이 터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특혜도 해소돼야 하겠지만, 일반 수감자들의 여건 개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구치소·교도소의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건립된 지 55년 된 안양교도소의 경우 시설이 낙후됐고 24㎡의 비좁은 수용실에 15명이 수감돼 생활한다. 선풍기 2대로 여름 무더위를 감당해야 하는데, 옆에 있는 인간을 증오하게 되리 만큼 숨이 턱턱 막히는 환경이라 한다.

금년엔 재난 수준의 폭염이 강타했기에 수감자들의 고통이 예년보다 훨씬 더 심했을 것이다. ‘법 앞에 평등’이란 측면에서도 일반 수감자와 사회지도층 출신 수감자 간에 처우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구치소·교도소의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 국민들 중에도 생활이 곤궁한 사람이 많은데 세금으로 죄수의 처우까지도 개선해 줘야 되느냐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죄수도 인간이기에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해줘야 한다. 헌법이 지향하는 인권국가·문화국가의 면모에 걸맞은 교정환경을 갖춰야 한다(시설 증축과 현대화, 기본 냉난방의 제공 등).

 생각건대, 구치소·교도소는 범죄(혐의)자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장소라기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도록 교화(敎化)를 하기 위한 장소가 돼야 한다. 인류역사의 초기에 있어서 형벌의 목적은 당연히 ‘응보(應報)’, 즉 보복 내지 복수였다.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 규정된 ‘눈에는 눈, 이에는 이(eye for eye, tooth for tooth)’라는 문언에서 보듯 소위 ‘탈리오의 법칙(lex talionis)’ 즉 ‘동해보복사상(同害報復思想)’이 당시의 정의관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응보형주의는 오랫동안 형사법의 주류이론으로 자리잡았는데(구파), 19세기에 들어서 형벌은 악행에 대한 응보가 아니고 범죄자를 개선하고 교육해 사회에 유용한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교육형(목적형)사상이 리프만 등의 학자에 의해 주창돼 오늘날의 주류이론이 됐다(신파).

 이에 따라 대부분 국가에서 범죄자의 수감 환경을 개선해 그들이 다시 건전하고 선량한 사회인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데 성과를 보고 있다. 북유럽 국가 등 선진국에서는 수감자들이 가족과의 정과 유대를 지속할 수 있도록 외출·외박제도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수감자별 특성에 맞춰 맞춤식 교정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한다. 인도적 처우를 하는 것이 범죄자를 짐승처럼 대하면서 고통을 주는 것보다 교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구치소·교도소를 다녀와 교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중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허다하다. 불우한 성장 환경으로 성격장애를 얻어 보호치료도 받지 못하고 교도소를 드나들면서 점점 더 잔혹한 범죄에 빠져들기도 한다. 열악한 수감생활을 하면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더욱 악에 받쳐 사회에 대한 적개심을 품기도 한다. 범죄자를 소외·냉대하기보다는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인도적 배려를 베푸는 것이 곧 우리 사회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구치소·교도소 여건을 개선하는 데 쓰이는 예산을 ‘낭비’라고 보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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