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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 접경지역, 단둥(丹東) 기행(2)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장/인천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9월 06일 목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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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장
인천공항을 떠나 1시간40여 분 만에 도착한 선양공항은 과거 이곳을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매우 쾌적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미리 예약한 렌터카로 단둥을 향하는 고속도로의 차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예전의 무언가 척박하기만 한, 그런 것과는 크게 달라 보였다. 특히 우리와는 달리 200여㎞에 달하는 고속도로에 자리잡은 ‘휴게소’의 숫자가 예전의 1∼2곳에서 지금은 그 2배 수준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 있었고, ‘위생실’도 매우 깨끗해져 있었다. 2시간 남짓을 달려 도착한 단둥은 내가 방문했던 2년 전과는 달리 매우 활기차 보였으며, 우리의 신흥개발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신축 아파트를 짓는 타워크레인이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울대 인류학과 출신으로 이곳에서 근 20년간 대북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희행 회장(단둥한인기업가협회)을 만난 우리 일행은 한국의 기업인이 자금을 투자하고 조선족이 운영한다는 ‘평안산장’에서 간단하게 중식을 먹은 후 중국과 북한 간의 경계가 불과 일보에 불과한 지역인 ‘일보과(一步跨)’를 답사한 후 압록강 관광선에 탑승했다.

이 관광선은 1인당 공식요금이 80위안(元)이었으나, 북한지역까지 깊숙하게 들어가겠다는 안내원의 프리미엄 요구에 추가운임(300위안)까지 지불한 우리 일행은 크레인으로 석탄과 모래의 하역작업을 하는 북한 인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한여름의 열기 때문인지 팬티 차림으로 작업을 하던 인부들은 손으로는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손사레를 치면서도 "안녕하십니까"라는 우리의 인사에 거리낌없이 화답(和答)을 해주었다. 중국선박에 비해 매우 낡은 화물선이나 바지선에서 일을 하는 북한 인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깡마르고 왜소한 체구를 가졌지만, 자신이 맡은 작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남녀가 뒤섞여서 희희낙락하는 모습은 그네들에게도 비록 생활은 풍족하지 않으나, 나름대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졌다.

관광을 마친 후 북한 당국에서 직접 운영한다는 ‘평양봉선화식당’에 들른 우리 일행은 중국산 백주(白酒)를 곁들여 평양냉면과 고사리볶음, 두부지짐이, 소고기구이, 감자조림, 이면수구이 등으로 요기를 채우면서 단둥 방문의 첫날을 맞이했다.

식사 도중 이희행 회장은 "우리가 말하는 모든 내용이 감청(監聽)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하면서 비정치적인 문제만을 화제로 삼을 것을 권유했다. 이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 단둥에서는 중국과 북한 간 전체교역의 약 70%가 이뤄지고 있으며, 중국과 북한 간의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중국 당국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방침을 엄격하게 적용해 단둥을 왕래하는 기관원을 포함한 거의 모든 주민에게 ‘거류증’은 물론이고 비자발급을 매우 까다롭게 했으며, 심지어 해관으로의 입출국 시 가방 속에 있는 ‘쇠붙이’까지도 검색할 정도로 매우 엄격한 검문 검색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중국 당국에 대해 매우 큰 모멸감을 갖게 되었으나, 최근에는 점차 그 감정이 해소되고 있다고 귀띔해 줬다. 중국 당국의 이런 엄격한 거류증 및 비자발급 때문에 한때 단둥에서 대중교역 업무를 담당하던 이른바 ‘외화벌이꾼’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기도 했으나, 최근 몇 개월 사이 다시 크게 늘어나 2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이 지역에서 대북사업을 하던 우리 측 기업가들은 ‘5·24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는 한때 5천여 명에 이르기도 했으나, 지금은 400∼500명선으로 대폭 축소됐다고 한다.

숙소인 월량도(月亮島) 베네치아호텔에 들어서자 로비에는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간에 이뤄졌던 정상회담에 관한 내용이 디지털박스에서 연속적으로 방영되고 있었고, 호텔 한 구석에는 ‘조선여행’을 안내하는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신의주 반일(半日) 여행은 390위안, 1일 여행은 790위안, 2일 여행은 1천289위안 등으로 안내돼 있었으며, 모든 여행은 별도의 비자(Visa) 없이 중국 공민증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돼 있었다. 그런가 하면 300여 개 채널을 방영하고 있는 TV에서는 ‘한국어’로 방송하는 채널이 단 한 곳도 없어 의아스럽게 생각하자, 이 회장은 아마도 북한 당국이 중국 당국에게 강력하게 요청해 이뤄진 조치가 아닌가 라는 설명을 해줬다.

외부세계, 특히 우리 사회의 발전된 모습을 담은 드라마나 뉴스 등을 ‘황색요소’로 간주하는 가운데 자칫 북한의 수령체제를 약화시키거나 와해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거의 모든 주민을 ‘우물속의 개구리’처럼 취급하는 북한 당국의 감시-통제 장치가 이곳에서도 발동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은 한동안 적조(積阻)했던 중국과 북한 간의 관계가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간주하는 가운데 김정일 생존 시 견지했던 이른바 ‘16자 방침(方針)’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짙게 시사하는 것으로도 보여졌다. 이 방침은 2001년 ‘장쩌민’ 국가주석이 방북했을 당시 김정일과 함께 확인한 ‘전통계승, 미래지향, 선린우호, 협조강화’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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