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53·사진)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결국 ‘혈연농구’ 논란을 극복하지 못한 채 두 아들과 태극마크를 반납하게 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허 감독이 사의를 표명해 이를 수리했다고 5일 밝혔다.

허 감독이 2016년 6월 대표팀 전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지 2년 3개월 만으로, 임기가 2019년 2월 말까지였지만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13일(요르단, 원정)과 17일(시리아, 고양체육관 홈경기) 열릴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은 김상식(50)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다.

허 감독 사퇴의 표면적인 이유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부진이었지만 ‘혈연농구’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감독의 두 아들 허웅(상무)·허훈(kt)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되면서부터 불거졌던 부정적인 여론이 아쉬운 성적 이후 증폭된 것이다. 허 감독 스스로 국제농구연맹 월드컵 예선을 언급하며 감독직 유지 의사를 시사했지만, 두 아들이 새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데 이어 감독직을 내놓게 됐다.

허 감독 삼부자가 처음 나란히 태극마크를 단 것은 허 감독 선임 직후인 2016년 7월이었다. 당시 박찬희의 부상으로 허훈이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기존에 있던 허웅과 더불어 삼부자가 한솥밥을 먹게 됐지만 특혜 논란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허웅과 허훈이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병역 혜택이 걸려 있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까지 승선하자 잡음이 나왔다. 허훈의 경우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이견에도 허 감독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선발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선수의 기량은 뛰어나지만 같은 포지션의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대표팀 한 자리를 꿰찰 만큼 압도적인 선수들이냐에 대해서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논란이 제기됐다.

논란에 침묵한 허 감독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아시안게임에서 실력으로 보여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했던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이란에 패해 동메달을 목에 거는 데 그쳤다.

그 과정에서 허웅과 허훈 형제도 논란을 자신의 실력으로 씻어내는 데 실패했다. 차남 허훈은 조별리그 3경기 동안 총 30분을 뛰었지만 8강, 4강, 3-4위전엔 줄곧 벤치를 지켰다. 허훈과 함께 지난 시즌 프로에 데뷔했지만 대표팀 승선 기회를 놓친 안영준(SK)과 양홍석(kt)이 3대3 농구 대표팀에 뽑혀 5대5 대표팀보다 나은 은메달을 따낸 것도 허 감독을 향한 비난의 강도를 키웠다.

결국 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대표팀 귀국 직후 아시안게임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고 새로 구성된 대표팀에서 허웅과 허훈을 모두 제외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가 두 선수의 대표팀 선발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어서 허 감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었고 허 감독은 결국 사퇴를 택했다.

허 감독은 이와 관련해 5일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훈이의 키(180㎝)가 작기 때문에 다른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었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발했던 것이다. 그래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허)훈이가 내 아들이 아니라 선수로 평가했을 때 신장에 대한 핸디캡보다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되는 부분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 웅이나 훈이가 내 아들이라 더 피해를 본 부분이 있다"며 주위평가에 대해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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