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서 4년 전 인천 대회 선발전 탈락 순간이 생각 나 가슴앓이를 했어요. 당시 코치님과 감독님이 저 때문에 아직도 힘든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금메달을 따는 순간 너무 기뻤고, 한편으로는 홀가분했답니다."

한국 여자복싱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오연지(28·인천시청·사진)가 가슴속에 눌러놨던 울음을 터뜨렸다.

오연지는 지난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전시장(JIEXPO)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복싱 라이트급(60㎏) 결승에서 태국의 슈다포른 시손디(27)를 상대로 4-1 판정승을 거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연지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패해 대회 출전이 무산됐다. 당시 오연지의 세컨드이던 김태규 인천시청 코치는 링에 올라가 항의하다 5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김원찬 인천시청 감독 역시 김 코치와의 연대책임을 이유로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김태규 코치가 현재까지 지도자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실에 오연지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오연지는 이번 아시안게임 태극마크를 달고 출국길에 오르기 전 김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김 코치는 "평소 하던 대로 경기를 펼치면 충분히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고 한다. 오연지에게 김 코치의 격려 한마디는 한국 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는 단초가 된 셈이다.

오연지는 2015·201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아시아 최강 타이틀’을 거머쥔 만큼 이제 2020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까지 노리고 있다. 그는 "‘더 이상 해도 안 되는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을 견디면 감격의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에 복싱은 나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다시금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1인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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