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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첩산중에 차려진 불법 도박장. /사진 =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전국 야산을 중심으로 도박장을 개설해 수백억 원대 도박을 일삼아 온 조직폭력배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도박장소 개설 등 혐의로 조직폭력배 김모(44)씨 등 6명을 구속하고, 다른 김모(51)씨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김 씨 등이 마련한 도박장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이모(57·여)씨 등 16명은 상습도박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 사이 59차례에 걸쳐 용인·안성·평택, 충북 음성, 충남 당진 등 전국을 돌며 이른 아침부터 야산에 천막을 치고 도박꾼들을 불러모아 일명 ‘도리짓고땡’ 도박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 도주하기 편하도록 오전 6∼7시에 도박장을 열어 정오 전에 마무리했고 딜러, 문방(망보는 역할), 상치기(판돈 수거), 박카스(심부름), 병풍(질서 유지) 등 임무를 분담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도박장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1차 집결지로 도박꾼들을 불러 신원을 확인한 뒤 이동하도록 했고, 도박장 내부 몰래카메라 촬영을 막고자 전파탐지기까지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돈은 매회 4억 원 정도로, 총 240억 원가량이 도박판에서 오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김 씨 등은 도박장만 개설해 놓고 도박꾼들에게 이용료를 받는 기존 사례와 달리 이용료를 받지 않는 대신 직접 딜러로 도박에 참여해 도박꾼들이 딴 돈의 5% 정도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겨 오며 도박장을 운영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 씨 등은 각각 안양과 목포의 폭력조직에 속한 폭력배로 도박판에서 알게 돼 함께 도박장을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26명 가운데 조직폭력배는 8명이고 나머지는 도박꾼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습도박 등 혐의로 입건된 이 씨 등은 도박장을 설치한 김 씨 등에게서 연락을 받고 수시로 도박장을 드나들었으며, 직업은 대부분 일용직이지만 주부, 회사원 등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매회 100명가량이 도박을 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확인된 상습도박자들만 입건했고, 도박장을 개설한 이들이 도박에 참여하기도 해 얼마를 챙겼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도박자금이 폭력조직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는지를 확인하는 한편, 이 같은 야산 도박장에 대해 지속해서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심언규 기자 sim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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