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하얗게 센 5명의 할아버지들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도시의 문화와 풍경을 즐기는 모습이 있는 그대로 TV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또 다른 채널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아이돌이 국내와 해외를 다니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그동안 알기 힘들었던 실제 모습을 팬들에게 공개한다.

이처럼 최근 방송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꾸밈 없이 보여 주는 리얼 프로그램이 대세다. 시청자들이 예쁘게만 포장된 연예인의 모습을 보는 것보다 그들의 실제 삶과 모습을 공유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시민들도 공공기관이 생산·추진하는 각종 정책에 대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실제 활용되고 있는 모습과 반응을 궁금해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같은 시민들의 요구에 발맞춰 ‘리얼한 학교 현장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난다!’라는 목표 아래 생생한 교육 현장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레알스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편집자 주>

▲ 부천 중흥초교서 ‘주민과 함께하는 등굣길, 출근길 리코더 공연’이 생중계 되고 있다.
# 기존 홍보 방식에서 탈피

‘레알스쿨’은 영어 ‘Real(리얼)’의 스페인식 발음인 ‘레알’과 학교 ‘스쿨(school)’을 결합한 단어로, 경기도민과 학부모를 비롯해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진짜 학교의 모습을 담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경기도교육청은 신문사와 방송사 등 언론을 통해 정책 홍보를 펼쳐왔다. 그러나 정작 정책의 영향을 받는 교육의 주체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신문과 TV 뉴스 등의 매체를 잘 이용하지 않아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단순히 도교육청의 정책을 설명하는 기존의 홍보 방식에서 탈피해 이미지 메이킹과 감성 및 재미가 있는 광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시의성 있는 교육 현장을 담는 것이 필요했다. 특히 청소년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하루만 지나더라도 과거의 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촬영과 편집 등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시의성이 떨어져 이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교육청은 주로 유튜브와 SNS를 이용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해 동영상을 활용한 홍보 방식을 마련, ‘레알스쿨’을 도입했다.

첫 레알스쿨 프로그램으로 고양 백양초교서 열린 ‘세월호 참사 4주년 학교계기교육 행사’ 방송.
# 소통의 창구가 되다

도교육청은 ‘레알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교 현장의 다양한 소식과 생생한 모습들을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생방송으로 소개하는 등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재가공된 뉴스가 아니라 생방송으로 학교와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내며 다양한 시청자들이 댓글을 통해 남긴 의견을 향후 방송 및 도교육청의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레알스쿨은 유튜브 채널에서 1편당 8만 회 이상의 조회 수와 댓글을 기록하며 SNS를 활용한 홍보가 충분한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 4월 19일 고양 냉천초등학교의 아침 등굣길을 시작으로 매주 1회씩 송출 중인 레알스쿨은 지금까지 ▶아침 등굣길 맞이 ▶스승의날 행사 ▶실내체육실 운영 ▶생존수영 ▶급식실 및 점심시간 ▶청소년 모의투표 ▶경기꿈의학교 ▶전교 임원선거 등 학교의 다양한 모습을 주제로 방송 중이다.

특히 7월 초 방송돼 큰 관심을 모았던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찍는 날’편은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 시작된 의정부고의 이색 졸업사진은 2015년부터 전국적인 이슈가 됐지만 이 때문에 학생들이 곤란을 겪는 부작용이 나타나며 지금껏 비공개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도교육청 레알스쿨은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과의 협의를 통해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졸업사진을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했다. 또 모든 진행 과정을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이 직접 졸업사진 소재가 선정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 주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는가를 알리도록 했다.

▲ 광복절 기념 독도에서 생방송된 ‘홀트학교 음악회’ 편.
최근에는 제73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두 가지의 의미 있는 소재를 방송했다.

그 첫 번째는 지난달 9일 독도에서 열린 ‘홀트학교 독도사랑 음악회’편이다. 지적장애 학생들로 구성된 홀트학교 예술단과 팝페라 듀오 ‘라보엠’이 독도에서 펼치는 공연을 라이브로 방송했다.

당초 홀트학교 등 일부 관계자들만의 행사로 그칠 수 있었던 이번 공연은 레알스쿨을 통해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는 등 그 의미를 높였다.

광복절 당일 펼쳐진 한일 양국의 고등학생들이 참여한 ‘일본대사관 수요시위’편 역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달 15일 하남고등학교 국제이해교류 동아리 학생 28명과 일본 측 학생 26명이 일본대사관에서 열린 수요시위에 참가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일본 학생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볼 수 있었고, 우리나라 학생들의 역사인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하남고교 국제이해교류 동아리 학생·일본 대안학교 학생들이 ‘광복절 기념 일본대사관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경기교육의 민낯을 담으려는 레알스쿨

경기도교육청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의 단순 정보 전달 방식의 홍보가 아닌, 쉽고 재미있는 홍보를 통해 경기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의 관심을 유발하고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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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기간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 여주여중.
특히 도교육청은 레알스쿨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현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거나 학생들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계획이다. 사전에 정해진 모습대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순수한 모습을 통해 경기교육의 현주소를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다.

도교육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한정된 인원과 예산 상황에서 경기교육에 대한 홍보와 도민 소통을 위해 ‘레알스쿨’과 같은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발전시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선제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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