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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9월 07일 금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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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그래서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젊어서는 주머니를 가득 채우는 일에 매진했고, 가득 채웠을 때는 성공했다는 말도 듣습니다. 그것이 돈이든 지위든 또는 명예이든 그것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선인들은 충고합니다. 이 격언의 의미를 미우라 아야코는 「속 빙점」에서 이렇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일생을 마친 다음에 남는 것은 우리가 ‘모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남에게 ‘준’ 것이다. 억척스럽게 모은 재산은 그 누구의 마음에도 남지 않지만, 숨은 적선이나 진실한 충고 그리고 따뜻한 격려의 말은 언제나 남게 마련이다."

 누구나 세상을 떠날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으니 살아 있을 때 가능하면 많이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역사에서도 이렇게 나누며 살았던 사람의 사례가 많은데, 그 중 경주 최부잣집도 유명합니다. 이 집의 가훈을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표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 하지 않기’, ‘만석 이상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기’, ‘흉년기에 땅 늘리지 않기’, ‘과객 후하게 대접하기’, ‘주변 백리 안에 굶어죽는 자 없게 하기’, ‘시집 온 며느리에게 3년간 무명옷 입히기’.

 돈이 많으면 권력에 욕심을 내고, 권력을 쥐면 돈에 욕심을 내곤 하는 사람들에게는 준엄한 꾸지람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아무리 쥐고 있어봤자 떠날 때는 모두 놓고 가야 할 텐데 말입니다. 그러니 쥐고 있을 때 나누라는 것이겠지요.

 조선시대 최고의 거상인 임상옥 선생도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고요. 사람을 남기려면 나눠야만 합니다. 그것이 돈이든 따뜻한 마음이든 격려의 한마디든 상관없습니다. 나의 언행이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이면 됩니다. 주는 사람의 마음은 늘 행복감으로 가득 찹니다. ‘옳은’ 일이란 자신에게는 행복감을 남들에게는 유익함을 주는 일입니다. 그래서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 밝습니다. 그저 자신의 일을 즐겁게 해나가기 때문입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작은 마을에 한국전쟁이 끝나가던 해에 주민들에게 영화를 보여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영화는 한국전쟁이 낳은 전쟁 고아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영화를 본 한 농부 부부는 귀갓길에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우리가 저 아이들을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자식들도 다 커서 독립했고 노부부만이 살고 있었던 터라 고아들을 입양해 키워도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전쟁 고아 8명이 입양됐습니다. 당시에는 입양에 관한 법이 자리를 잡지 않은 탓에 노부부는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가 쏟아졌습니다. 또한 입양하겠다는 가족들이 급증했습니다. 이렇게 ‘홀트아동복지재단’이 설립됐습니다. 홀트 부부의 ‘나누는’ 삶의 시작이 오늘날까지도 고아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돼 주는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제임스 걸리라는 목사가 아프리카에서 선교하던 중에 친구에게 쓴 편지 내용이 세상을 울린 적이 있었습니다. 지구를 100명이 사는 마을로 가정하면, 70명은 영양실조에 걸려 있고, 80명은 제대로 된 집에서 살지 못하며, 6명에 해당하는 미국인들이 전체 수입의 절반을 갖고 있고 94명이 나머지 절반으로 생명을 연명해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시간 행복하려면 낮잠을 자면 되고, 하루 행복하려면 낚시를 가면 되고, 한 달 행복하려면 결혼하면 되고, 일 년 행복하려면 유산 받으면 되고, 평생 행복하려면 봉사하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더 가지려는 마음에서 더 주려는 마음으로 생각을 바꾸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으니까요.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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