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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기상관측 111년 만의 폭염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소득주도성장의 그늘 아래 힘든 영세사업자에게 폭염은 끓는 물이 됐다. "미국, 일본, 여기서도 태풍이나 호우 예측을 잘못해서 정말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거든요. 그걸 보면서 지구 온난화와 심각한 기후변화가 이제는 우리가 예측하기 힘든 기상현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해서 기상청에서도 이런 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보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되지 않느냐고 생각한 것이지요." 지난달 31일 40년간 일기예보를 해 오고 있는 케이웨더 센터장이 모 라디오 방송에서 한 말이다.

 전 세계 대도시의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 발생하는 기후변화는 이제 우리 생활에 바짝 다가왔다. 온난화로 북극빙하가 녹으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대기흐름이 정체됨으로써 폭염 등의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나라에 닥친 폭염과 폭우는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라오스 등 아시아에서도 나타났다. 또한 미주와 유럽에서는 100여 년 만의 폭염과 이로 인한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폭염을 자연재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중요한 문제는 이런 일들이 일상화가 될 것이란 사실이다.

 지난 50여 년 동안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담론에서는 동의하나, 구체적인 실천을 하는 곳은 환경단체나 일부 시민에 국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이슈로 추진하고 있는 UN, 탄소배출 등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 유엔사막화방지총회 등은 이들 이슈를 국제화해 각 나라에서 구체적인 실천 활동을 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활 현장에서는 실천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모두 참여하기에는 담론 자체가 너무 방대해, 자신이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기 때문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8월에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전기료의 누진제 완화였다. 찜통더위를 당장 식히기 위해서는 에어컨을 켜야 하는데 전기료 부담으로 시원한 바람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에 다단계 누진이 되는 현행 전기료는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는 요구였다. 여론의 뒷받침으로 올해에 한해 인하된 전기료로 덜 열 받는 상황이 되기는 했으나 폭염은 올해만이 아닐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만 넘기면 모든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산업별, 기업별 배출권 할당을 하여 온실가스 BAU 37% 감축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이후 3년여가 지났지만 올해 10월까지 할당을 완료한다는 실천계획도 달성이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직접적인 환경문제 해소뿐만 아니라 온난화를 유발하는 생활현장 문제의 근원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는 시민실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한 해 한 해 넘기다 보니 이런 기후의 습격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이미 전 지구적으로 가이드라인이 있으나 개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현장에 이르러서는 아직도 요원한 일로 보인다. 이번 정부에서는 남북대화와 북핵문제, 경제살리기 등에 묻혀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전개 강도가 강해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은 시대를 역행하는 자국보호 정책과 함께 걱정과 비판을 쏟아내고 있듯이 거대담론은 공유의 끈이 확고하다.

 일기예보관의 말처럼 지금까지 해 왔던 반복된 대응으로는 결코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일임에도 과거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다면 큰 문제이다. 개인이 자신의 일임을 자각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전제이다. 학교에서 교육받은 대로 실천하려는 학생이 부모들의 무관심과 외면으로 인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폭염 가운데에서 이 순간만 회피하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가을이 될 것이라는 기계적인 관습에서 멀어져야 한다.

 미추홀푸른숲이 몽골에 나무심기를 지속적으로 해 온 것도 황사와 사막화 방지를 위한 작은 실천이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중산층이 이런 일에 솔선하지 않는 한 폭염은, 어느 새 폭우나 폭설로 연결되고 바닷물 수위는 높아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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