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자정 무렵, 서울 동작구에서 당장 붕괴될 것처럼 보이는 건물 사진 한 장이 뉴스 속보를 통해 보도됐다. 순간 외신을 전달하는 줄 착각했다. 건물을 지탱하는 흙이 무너지면서 멀쩡한 건물이 전쟁 중에 미사일을 맞은 것처럼 ‘폭삭’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을 보면서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종종 일어나는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라고 섣불리 짐작했다. 그런데 사고가 벌어진 곳은 외국이 아닌 우리나라였다. 더욱이 붕괴 위기에 놓인 건물은 유치원이었다. 심지어 불과 네 시간 전까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머물렀던 공간이었다고 한다. 참변이 벌어질 뻔한 것이었다. 마음속에서 분노와 함께 깊은 무력감이 들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및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1999년 씨랜드 화재,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14년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세월호 침몰 등 후진국형 안전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도 사고는 되풀이됐다.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가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에 관련 법률안 발의를 촉구하는 모습도 똑같다. 달라진 것은 사고가 난 장소와 날짜뿐이다. 최근 태풍 ‘제비’가 올 줄 모르고 일본으로 늦은 여름휴가를 떠난 지인이 재난에 대비하는 ‘일본’의 자세를 지켜보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태풍이 불어닥친 날 오전 11시까지만 해도 바람은 세지 않았다.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았고. 하지만 백화점과 마트를 비롯한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아이들 역시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 시각, 호텔 로비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던 관광객들은 불평을 쏟아냈다. 난데없이 외출 자제를 거론하니 그럴 만도 했다. (중략)

 나는 충고를 무시하고 오사카에서 고베로 향했고 이내 그들의 말이 진심 어린 조언이었음을 깨달았다. 바로 앞에서 운전하던 트럭은 장난감처럼 휘청거리더니 곧 난간 쪽으로 40도 이상 기울었다. 바람이 거의 멈춘 5시 즈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쓰러진 가로수를 일으켜 세우는 공무원들과 엉망이 된 길을 정리하는 몇몇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노면전차 직원들 역시 복구작업을 서둘렀다. 그 덕에 트램은 6시 즈음 운행을 재개했고 사람들은 금세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재난 대응에 도가 튼 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태도를 배워 재난 및 사고에 대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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