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다. 인천지방법원은 10일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및 법원의 날을 기념해 ‘시민과 함께 하는 공감 법정’을 마련했다.

이날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피고인으로 나선 남요섭 인천지법 판사는 법정구속을 면할 수 있었다. 9명의 배심원 중 5명이 무죄를 선고해서다. 413호 대법정에서 ‘한밤의 침입자-그의 뒷모습(주거침입 강제추행 사건)’ 모의재판이 열렸다. 재판은 판사, 검사, 변호사와 시민이 참여했다. 검사는 변호인석에, 변호사는 검사 역할을 맡는 등 역할을 달리했다. 일반 시민들과 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은 배심원과 검찰, 변호사를 맡았다.

사건 내용은 한 남성이 여성이 사는 집에 들어가 강제 추행한 것을 가정했다. 피고인 김상동(34)씨는 지난 1월 29일 오전 6시 50분께 중구에 위치한 다가구주택 102호에 사는 현모(27·여)씨의 집 화장실 창문 방충망을 뜯어내고 안방까지 침입했다. 김 씨는 침대에 누워 있는 피해자를 추행하는 등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주거침입 강제추행)로 기소됐다.

재판은 실제 국민참여재판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부장판사를 맡은 허준서 판사의 모두설명을 시작으로 검찰과 변호인 측에서 입증계획을 설명하고 증인 현 씨 역을 맡은 권주연 인천지법 판사의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피고인과 얼굴을 마주치기 꺼려 하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증인석 주변에 가림막이 설치됐다.

경찰 역할을 맡은 인천지법 김정진·김은영 판사가 차례로 나와 증인신문을 했다. 진짜 경찰공무원인 것처럼 판사들의 역할극은 완벽했다. 검찰과 변호인 역할을 맡은 현직 변호사와 검사, 학생들도 같았다. 피고인으로 나선 남요섭 판사는 최종진술에서 눈물까지 보이는 투혼을 발휘했다.

재판이 끝나고 평의실에 모인 9명의 시민 배심원들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감안할 때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과 피해자가 피고인의 얼굴을 특정하지 못했고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무죄 의견이 맞섰다. 결국 피고인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허준서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판사는 항상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다른 판결에서도 판사들이 얼마나 고민이 많을까 조금이라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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