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기념물 제203호이자 멸종 위기 야생생물 2급인 재두루미떼.
과거 군사적 대치선으로서 분단과 냉전의 상징으로 인식되던 DMZ는 현재 생태·역사·안보적 가치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사람의 발길로부터 자유로운 채 자리를 지켜온 지역적 특수성이 그 가치를 높이게 됐다. DMZ는 세계 유일의 냉전지역으로서의 안보적 상징성을 가진 동시에 수많은 희귀종 동식물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여기에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어느 때보다 평화의 분위기가 감돌며 세계인이 찾는 평화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물결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월 국가관광전략회의를 통해 DMZ의 국제적인 ‘평화관광 거점 육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경기도 역시 2012년 DMZ정책담당관을 신설, 경기관광공사와 연계해 국외 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DMZ의 숨은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민통선 내 유일한 숙박시설인 캠프 그리브스 문화 플랫폼과 남북 접경지역 4개 시·군을 잇는 평화누리길 조성, 임진각 일원 확대 개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본보는 올해 한국전쟁 정전협정 65주년을 맞아 경기도가 추진해 온 DMZ 관련 국제교류사업을 통해 글로벌 생태평화지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방향을 두 차례에 걸쳐 알아봤다. 마지막으로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 속에서 특별한 희생을 감수해 온 경기북부지역은 물론 경기도, 나아가 세계인의 DMZ로 거듭나기 위해 추진 중인 국제적 차원의 DMZ 프로젝트들을 살펴본다.

# DMZ가 미래 ‘생태보전지’로 거듭나기 위한 생태계서비스파트너십(ESP:Ecosystem Services Partnership)과의 협력

도는 DMZ 일원의 생태계 보전을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활용 방안을 고민해 왔다. 특히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위해 세계적 환경 전문 국제기구 ESP와 DMZ의 미래를 논의 중이다.

2008년 네덜란드에 설립된 ESP에는 전 세계 85개국 2천5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생태계 서비스 관련 환경 연구와 정책 이행 시범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생태계 서비스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모든 혜택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 캠프 그리브스 기획전시관 1관 전경.
도는 2016년 9월 ESP와 ‘경기도 DMZ 일원 생태계 보전을 위한 생태계 서비스 활용’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ESP가 가진 선진 환경정책과 전문가 네트워크가 DMZ 생태계 보전에 보탬이 된다고 판단해서다.

이후 도는 임진각에 위치한 DMZ생태관광지원센터 내 ESP 아시아사무소를 유치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DMZ 생태계 보전 정책 발굴과 국제 프로젝트 추진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며 2016년 5월 안산에서 ESP 아시아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총회에서는 UNCCD(유엔사막화기구), UNESCO 인도, 독일 연방자연보전청(BfN) 등 국제기관이 패널로 참여해 DMZ의 생태계 보전을 위한 아시아적 연대에 대해 논의했다.

# DMZ 일원 반환 미군기지 ‘캠프 그리브스’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캠프 그리브스는 판문점과 DMZ에서 2㎞가량 떨어진 민통선 내 유일한 반환 미군기지다. 도는 현재 유스호스텔로 활용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에서 오는 10월 중립국감독위원회(NNSC:Neutral Nations Supervisory Commission)와의 공동프로젝트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NNSC는 남북 분단, 대치 상황에서 화합으로 가는 과정을 지켜본 산 증인이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이후 현재까지 판문점에 주재하며 남북 평화 유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NNSC 스위스와 스웨덴은 분단 이후 국민의 생활상, 남북 대치와 화합으로의 발전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 NNSC 공동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스위스 방문으로 경기도 관계자들이 장자크요스 한스위스협회장(전 NNSC소장), 크리스티앙 베서팔렌 한스위스친선협회장(스위스 국회의원)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는 올해 정전 65주년을 계기로 스위스·스웨덴 본부뿐만 아니라 기존 북한 측에 머물던 체코(과거 체코슬로바키아)본부, 폴란드 바르샤바본부 등 4개국에서 정전협정 이후 각종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다. 경기관광공사와 지난해 10월부터 스위스와 폴란드를 방문한 데 이어 올 7월에는 판문점에 있는 NNSC 스위스 캠프를 찾아가 추진사업을 설명, 정전협정서 사본과 UN기 등 관련 물품 10점을 제공받기도 했다.

전시는 크게 NNSC 박물관 형태의 기획전시관 1관, 기존 BEQ 공간을 활용한 NNSC 스위스·체코·폴란드 전시관 등 총 4개 전시로 구성될 예정이다.

# DMZ 접경지역을 잇는 ‘평화누리길’ 국제협력 파트너를 얻다

2010년 5월 개장한 평화누리길은 김포·고양·파주·연천 등 4개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에 위치한 걷는 길이다. 총 12개 코스 189㎞의 길로 마을 안길, 노길, 제방길, 해안철책 등 역사유적이 산재해 있다. 또 무장공비 침투로, 제3땅굴, 철도중단점, 실향민의 한을 달래는 애기봉 전망대 등 한국전쟁의 흔적도 남아 있다. 남과 북을 이어 흐르는 임진강, 깎아내릴 듯한 주상절리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기도 한다.

▲ 평화누리길과 리기산 공동 홍보마케팅 활동을 위해 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평화누리길 활성화를 위해 DMZ울트라트레일러닝 등의 국제행사를 개최해 오던 도는 글로벌 관광마케팅을 위해 스위스 ‘리기산’과 손을 맞잡았다. ‘산들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리기산은 스위스 중부 루체른주에 위치한 1천798m 높이의 산이다. 하이킹이나 스키 등 산악레저를 즐기는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세계적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리기산은 증가하는 극동아시아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관광마케팅을 펼치고자 했다. 이에 도는 평화누리길의 국제관광 파급 효과를 위해 리기산과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양측 관계자들이 리기산과 평화누리길을 오가며 트레킹 길 활성화를 논의한 데 이어 올 5월 양 지역 간 ‘공동홍보협약’을 맺기도 했다.

# 경기도가 그리는 DMZ의 미래, 분단의 역사와 생태보존 그리고 평화의 아이콘으로

전쟁의 아픔 속에서 잉태된 슬픈 과거를 갖고 있던 DMZ는 현재 평화의 완충지대로 성장했다. 도는 미래의 DMZ를 역사와 안보 그리고 생태적 가치가 생산되는 전 세계 유일한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DMZ 관련 국제교류사업을 국제사회와 국내 요구에 맞춰 시기적절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 경기도 주최·ESP 아시아사무소 주관으로 지난 6일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열린 DMZ 국제 포럼. 민·관·학 관계자 180여 명이 모여 ‘평화를 위한 사람과 자연의 연결’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DMZ 일원에서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NNSC 4개국 및 유관기관과 오는 10월 열릴 NNSC 전시회를 확대, NNSC 국가 순회 전시와 NNSC 소책자 제작 등 협력사업을 진행한다. 스위스 리기산과 파트너십의 경우 내년 공동홍보 세부실행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DMZ의 의미를 국제 플랫폼에서 주요 주제로 내세우기 위해 연속성 있는 사업을 계속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우리 역사가 만들어 준 미래 유산 DMZ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생태평화의 장이자 평화통일의 마중물이 되길 기원한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사진= 경기관광공사·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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