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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현 전 SK네트웍스 중국사장
# 공자(孔子)의 이상사회(理想社會)

공자(BC 551~ BC 479)는 중국의 난세인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치국의 질서를 고민한 철학자로 동아시아의 통치철학을 정립한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고민한 지도자 중 가장 이상적 사회로 정의한 사회는 대동(大同)사회인데 이는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일하고 이에 합당한 배분을 받는 사회로 정의했다. 얼핏 듣기에는 최근 자주 접하는 사회주의적 사회구조를 상정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내용을 뜯어 보면 조금 차이가 있다.

 대동사회의 이상적 지도자로 정의한 지도자 중 많은 지도자가 전설적 인물로 농업을 완성한 신농(神農), 목축과 음악을 완성한 복희(伏羲), 치수를 평정해 하(夏)나라를 창시한 우(禹)임금(BC 2700년경) 등을 들고 있다. 대동사회 지도자는 모두 백성들의 삶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전문적 스킬로 민생 안정을 추구하는 치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이상적 사회는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소시민과 농민 등의 생활안정을 기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주의적 관점에서는 전문성에 의한 지도계층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좌파, 우파 모두 이상사회의 지도이념으로 상정하고 있기도 하다.

 대동사회보다 다소 못하지만 민심과 합일을 통한 태평성대를 소강사회(小康社會)로 정의했는데 대표적 지도자로 주(周)나라를 창건한 주문왕(周文王 BC 1000년께)을 들고 있다. 주문왕은 은(殷)나라의 폭정에 반대해 은나라를 멸하고 주나라를 창건했는데 주문왕은 널리 인재를 등용하는 인사정책으로 민심을 얻었는데 식사 중이라도 인재가 알현을 청할 경우 밥을 토하며 바로 인재를 면담해 인재를 등용해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는 사회가 바로 소강사회다. 주나라의 도읍인 중국의 보계시(寶鷄市)에는 주문왕이 인재등용을 위해 먹던 음식을 토했다는 토보정이 세워져 주문왕의 태평성대를 칭송하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등소평(鄧小平)이 1979년 개혁개방의 비전으로 소강사회를 주창했는데 인당 소득이 800달러 수준에 달해 백성들이 경제적으로 기본적 고통에서 벋어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를 무려 10년이나 조기 달성해 지금은 인당 8천 달러 수준을 훌쩍 넘겨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강국 건설의 총설계자로 추앙 받고 있다.

# 태평성대의 핵심은 인재등용에서

 대동사회이든지 소강사회이든지 태평성대의 핵심은 공자 생각대로 인재등용 방식에서 전문가에 의한 치국에 있다고 본다. 일반 백성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지도자 스스로가 솔선수범해 해결하는 대동시대의 지도자는 지금 사회에서 자주 등장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주문왕처럼 사심 없는 행정으로 백성의 안정과 국가를 위해 방방곡곡의 인재를 적극 등용하는 지도자는 우리의 이상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경제사령탑으로 경제위기 극복의 아이콘인 이헌재 전 부총리가 현 정부를 확신범이라고 평가절하하며 검증되지 못한 섣부른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같은 캠프 중심의 폐쇄적 인사 시스템으로 자칫 잘못하면 우리 경제는 솥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 신세를 못 면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 전문성에 의한 창의력이 넘치는 사회

 날로 하락하는 경제지표를 보면서 많은 국민의 걱정이 가득한데 이 같은 문제 해결책은 공자의 생각대로 전문성에 의한 인재등용 시스템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어떤지 생각해 본다. 우리 사회에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는 등 경제의 빨간불은 계속 켜지고 있는데 대동사회는 모든 국민이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 되는 사회라고 정의한다면 지금의 현주소와는 너무도 큰 차이가 있다. 이를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해 공무원 수를 대폭 늘려 세금에 의한 일자리 창출 정책에 집착하는 사회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모든 사람마다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천부의 재능을 발휘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인재를 육성하는 시스템부터 단단히 다질 필요가 있다. 전문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고작 동종 분야 경험과 근속 기간 정도로 판단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지속가능성이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볼 이슈이다.

 좌파와 우파로 분열된 지금의 경제난맥상을 보면서 공자가 생각한 대동·소강사회 정신으로 국정운영의 중심을 잡는다면 어렵지 않게 이 난국을 극복할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을 이 글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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