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먹자골목에 심어진 감나무에 깍지벌레가 붙어 잎이 하얗게 보이고 있다.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인천시 남동구가 사전 조치 없이 살충제를 주택가에 뿌려 말이 많다. ‘친환경 살충제’라서 사람이 먹어도 인체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방제 작업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12일 구 등에 따르면 최근 구월동 먹자골목 일대에 심어진 가로수 감나무에 서식하는 깍지벌레 제거를 위해 새벽 시간을 이용해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은 지역주민들의 민원으로 시작됐다. 주민 A씨는 올해 초 남동구와 국민권익위원회에 먹자골목 감나무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가로수로 심어진 감나무가 관리 소홀로 가지마다 깍지벌레가 붙어 있어 하얀색으로 변해 병든 것처럼 보여서다. 집 안 화분까지 벌레가 침입해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A씨는 주택가 특성상 깍지벌레가 주로 찾는 감나무 대신 다른 가로수를 심어 달라고 구에 요청했다. 깍지벌레는 감나무에 자주 발생하는 해충으로 표면에 흰색 가루가 붙어 있다. 한 번 발생하면 없애기가 쉽지 않아 깍지벌레를 죽이는 전용 살충제를 이용해 제거해야 한다.

 구는 일부 통장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지금의 감나무가 좋다는 의견이 많아 현 상태로 감나무를 존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깍지벌레 제거를 위해 친환경 약재로 만든 살충제로 새벽 시간을 이용해 방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친환경 살충제라 하더라도 벌레를 죽이는 약품인 만큼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주민은 "요즘은 날씨가 선선해 밤에도 문을 열어 놓고 자는 집이 많은데, 아무도 모르는 시간에 살충제를 뿌리면 호흡기로 다 들어가지 않겠느냐"며 "구가 주민들의 건강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역시 친환경 살충제라 하더라도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벌레를 죽이는 살충제인데, 친환경이라고 해서 인체에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며 "통상적인 방제에서는 사전에 주민들에게 창문을 닫으라고 하거나 빨래를 걷으라는 등의 안내를 먼저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구는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구 관계자는 "모든 수목에는 벌레가 기생해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며 "깍지벌레 방제약은 친환경 약재를 사용해 인체에 유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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