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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가난하지만 어린 딸 하나를 사랑스럽게 키우며 사는 착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인이 대문을 열었더니 백발이 성성한 노인 세 명이 허기진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심성이 착한 부인이 "찬은 없지만 기왕 오셨으니 요기라도 하고 가셔요" 라고 하자, 노인이 말했습니다.

 "우리 셋은 함께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저 친구 이름은 ‘부귀’이고 이 친구는 ‘성공’이라오. 나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우리 셋 중에서 누구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으니 식구들과 의논한 뒤 알려주시오."

 부부와 딸이 의논을 했습니다. 남편은 ‘부귀’를, 부인은 ‘성공’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어린 딸은 ‘사랑’ 노인을 모셔서 집안에 사랑이 가득 넘쳤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부인이 현관문에 가서 ‘사랑’ 노인을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랑 노인 뒤로 나머지 두 노인도 함께 들어오는 게 아닌가요.

 "저희는 사랑노인만 청했는데, 왜 두 분까지 들어오시는 거예요?"

 사랑노인은 껄껄껄 웃으며 말합니다.

 "사랑이 있으면 부귀와 성공도 함께 따라오는 거외다."

 「리더의 칼」이라는 책에 나오는 예화입니다. 부귀나 성공을 얻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행복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귀와 성공까지 거머쥡니다.

 어느 설교 내용에 조지 던롭이란 청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만 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지금의 휠체어와 달리 무척 불편했습니다. 왜냐하면 쇠로 만들어졌거든요. 조지는 어머니가 불편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를 위해 움직이기 수월한 휠체어를 만들기로 하고 새 물질을 찾기 위해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무로 휠체어 바퀴의 가장자리를 감싸보았더니 휠체어가 부드럽게 움직였고 어머니가 무척 수월해하셨습니다. 이렇게 오늘날의 휠체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어머니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조지를 부자로까지 만들어준 것이지요.

 몇 년 전, 지인이 보내준 글에서도 사랑이 주는 기적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탁자가 4개밖에 없는 허름한 국숫집 이야기인데요. 주인 할머니는 25년 이상을 연탄불로 멸치국물을 우려내 한결같은 맛으로 국수를 말아냈습니다. 그리고 십 년 넘게 국수 값은 2천 원이었고 국수도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주었습니다. 이 국수집이 TV에 소개된 뒤 며칠이 지나 어느 중년남자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와 "감사합니다"를 연발했습니다.

 이 남자는 십여 년 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렸고 아내마저 떠나버렸다고 합니다. 결국 남자는 전철역 주변을 배회하며 식당을 찾아다니며 구걸하는 노숙인이 됐습니다. 음식점마다 쫓겨나기를 거듭했던 어느 날 그는 약이 바짝 올랐습니다.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 국숫집이 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국숫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뜨거운 국수가 나오자 허겁지겁 먹어치웠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그의 빈 그릇을 빼앗듯이 가져가더니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담아 가져왔습니다. 그는 몇 끼를 굶은 터라 후다닥 먹고는 냅다 달아났습니다.

 그런데 도망치던 그 남자의 등 뒤로 할머니의 외침이 들렸습니다.

 "그냥 걸어가! 뛰지 말구. 다쳐."

 할머니의 이 말씀 한마디에 그는 그동안 세상에 품었던 증오심을 버렸다는 겁니다. 할머니는 이미 아셨을 겁니다. 그가 노숙인임을요. 그리고 그가 내 아들이라고 여겼을 겁니다. 그래서 돈과 상관없이 빈 그릇을 다시 가득 채워주셨을 겁니다. 그것이 사내가 세상에 대한 증오심을 버릴 수 있는 계기가 돼 줬던 겁니다. 진정한 사랑은 이렇게 기적을 곳곳에 뿌리며 감동을 자아냅니다. 부귀와 성공까지 덤으로 주면서 말입니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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