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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석 인천대 교수
핵 시계란 것이 있다. 이 시계는 지구가 핵전쟁의 위험에 얼마나 가까이 임박해 있는가를 알려주는 ‘경고 시계’로, 1947년 핵과학회지 회보의 경영진이 만들었다. 2018년 핵 시계 시간은 11시 58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에 비유해서 우리 한국 경제가 위험에 얼마만큼 가까이 처해 있는가를 알려주는 경고 시계를 만들어 ‘경제 시계’로 시간을 표시해 본다면, 한국 경제는 지금 몇 시인가?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의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위기요인은 여러 가지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나, 최근 한국경제의 위기는 현 정부가 잘못 설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탓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이제, ‘성장’이란 이름만 붙었을 뿐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도록 강제하는 분배정책에 불과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혁신성장 정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는 분명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듯하다.

 중세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절, 한 신부가 페스트로 마을 사람들이 연일 죽어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한 나머지 마을사람들을 성당에 불러 모은 다음 그들이 죽지 않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그 결과, 사람들이 더 빨리 순식간에 죽었다. 동기가 선하다 해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 그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경제성장도 이룬다 하는데, 그 동기는 선하고 또한 아름답다. 이런 순수한 동기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노동자 임금을 올려주는 정책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은 향상시켰겠으나, 그것은 사리상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저임금이라도 취업을 하려고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의 취업을 가로막고 낮은 보수의 일자리나마 유지하려는 사람을 해고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 고용을 하는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잃게 만들어 영세기업은 폐업을 하거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을 수 없게끔 내몰고 있다. 또한 한국경제는 자족적인 폐쇄적 경제체제가 아니라 세계에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개방적 경제체제에 속해 있어 한국 기업은 해외 기업과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외국보다 가파른 임금상승을 강제해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아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오늘날 한국 상황에서 경제원리에 맞지 않는 정책이다. 위기로 가는 한국경제 시계를 멈추도록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작가 게오르규의 표현대로 너무 늦은 시간 ‘25시’가 되기 전에 대통령이 최고 정책 결정자로서 정책 방향을 바로잡으려는 결심을 하는 것이 필요하고, 다음으로 국민 특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기대를 건 지지층에게 정책 전환의 불가피성을 납득시켜 정책전환의 동력을 얻는 일이 필요하리라 본다.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경제정책에서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로 외교·안보 그리고 경제 정책의 전환을 시도해, 평화유지군 파견, 제주 해군기지 건설, 한미 FTA 체결 등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이들 정책은 지지층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평화유지 활동에 기여하고, 대양해군시대 안보를 강화하게 했으며, 오늘날과 같이 넓은 해외 경제 영토를 확장하도록 하는 전기를 만들었다.

 현재의 한국경제 위기는 나라 밖의 요인보다 집권층 안의 그리고 나라 안의 내부 요인에서 비롯한다. 끊임없이 격동하는 역사에서 대부분의 국가는 외부환경의 도전을 받게 마련이므로, 그것에 어떻게 응전하는가가 흥망성쇠의 열쇠이다.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이 발휘했던 것과 같은 정책 ‘전환’의 발상은 현재 대한민국호 키를 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유효하다. 아니, 현재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혁신성장 정책은 긴장관계에 있어 양립하기 어려우므로, 경제성장을 위해선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 전환은 대통령 참모들 사이의 합의가 아니라 대통령의 결단으로서만 가능하며, 시장이 알아볼 수 있는 가시적인 징표를 요구한다. 국가발전을 위한 통치자의 변신과 아름다워진 여성의 변신은 무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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