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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 교수

자동차 급발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80년 초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가 포함되면서 발생하기 시작한 문제로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자동차 전자제어장치의 이상 작동으로 판단됐고, 이미 미국에서도 일부 같은 문제로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발생 조건은 가솔린엔진에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차량이 전체 발생건수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나머지는 디젤엔진 조건이라 판단되고 있다. LPG엔진이나 CNG엔진의 경우도 가솔린엔진과 같은 시스템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체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 중 약 80%는 운전자의 실수로 추정되며, 나머지 20% 정도가 실제로 자동차 급발진사고로 추정되고 있다. 그만큼 두려운 사고로 급발진 사고를 당한 운전자들은 영원히 운전을 못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할 정도이다.

 국내에서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발생 이후에 운전자가 모든 사항을 뒤집어쓴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한 건도 관련 사고에서 승소한 경우가 전무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급발진 사고 원인을 운전자가 밝혀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병원에서 수술을 잘못한 원인을 피해자 가족이 밝혀야 하는 구조와 같다. 더욱이 자동차 전자제어장치의 이상으로 추정되는 급발진 사고는 재연이 불가능해 아예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문제도 크다. 결국 국내의 경우 운전자는 이길 수 있는 확률은 0%이며, 아예 싸움조차 할 수도 없는 조건이다. 그래서 일명 자동차 관련 대한민국 법을 ‘알아서 져주는 법’이라 언급하기도 한다.

 자동차 급발진사고가 발생하면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은 운행기록계를, 승용차 등은 사고기록장치인 EDR를 확인하고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우리가 주로 언급하는 EDR는 주용도가 사고기록장치가 아니라 메이커가 자사 차량의 에어백이 터지는 전개 과정을 보기 위해 에어백 ECU에 넣은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에어백이 터지지 않으면 기록도 되지 않고 주로 자동차 엔진 등의 관련 기록만이 있어서 반쪽짜리 자료 확인이 가능한 실질적인 사고기록장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장치는 메이커의 면죄부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운행기록계와 함께 운전자를 옥죄는 기록 중의 하나가 바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는 브레이크 기록 신호를 주로 언급한다. 기록에 ‘0’이 나오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는 뜻이고 ‘1’ 나오면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록을 보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고 항상 주장하는, 운전자에게 가장 불리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록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보면 심각한 편향된 내용이다.

 원인 중의 하나가 전자제어장치의 이상으로 추정되는 자동차 급발진 원인이라 할 수 있고 결국 이 신호도 전자제어 신호인 만큼 어떤 신뢰성으로 기록된 신호가 ‘0’이면 밟지 않았다는 것인지 신뢰성이 떨어지며, 도리어 이 신호의 신뢰성은 메이커가 밝혀야 한다. 따라서 기록에 대한 신뢰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고 결국 기록 자체도 운전자의 행위를 대변한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의 브레이크 신호 전달은 전자제어 방식으로 돼 있어서 더욱 자료에 대한 신뢰성은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서 신호가 출력되거나 CCTV를 통해서 제동등을 확인해도 메이커에서는 가속페달과 동시에 밟았다든지 아니면 덜 밟았다고 핑계를 대어 실질적으로 브레이크의 밟고 안 밟고는 크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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