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으로, 납기일은 다가오는데 근무일수는 적고, 자금은 부족하고, 직원들 월급도 힘들 것 같네요."

수원에 위치한 스마트폰 회로부품을 제조하는 A기업 대표는 추석 경기를 묻자 한숨만 내쉬었다. 임직원 30여 명 수준의 이 업체는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자금 1억 원 정도가 부족해 거래처 자재 구입대금 지급을 늦추고 직원 급여와 상여금을 줄이는 등 자금줄을 바짝 조여야 했다.

여기에 납기일을 맞추려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도 일부 직원을 제외하곤 정상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귀향길 발걸음이 무거워진 직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대표에겐 곤욕이다.

A기업 대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는데, 오히려 중소기업은 근무일이나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많다"며 "추석이나 설 등 명절시즌이 가장 힘들고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추석을 앞두고 만성적인 자금난으로 상여금을 깎는 것은 물론 휴일까지 반납해야 하는 경기도내 중소기업들이 상당수여서 분위기는 우울하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에 따르면 중기중앙회가 95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18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추석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1.9%로 지난해보다 5.9%p 증가했다. 2곳 중 1곳 정도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반면 ‘원활하다’는 응답은 8.4%에 그쳐 중소기업의 곤궁한 자금 사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자금 사정이 곤란한 원인으로 내수 부진으로 인한 ‘매출 감소’(67.5%·복수 응답)가 가장 많았다. ‘판매대금 회수 지연’(32.1%), ‘원자재 가격 상승’(29.9%)이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이 추석에 필요한 자금은 평균 2억8천700만 원으로 지난해(2억3천900만 원)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추석 상여금 지급과 관련해 ‘지급 계획이 있다’고 답한 업체는 55.8%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급계획이 없다’는 업체는 29.7%였다. 지급계획이 있는 중소기업은 정액 지급 시 1인당 평균 66만6천 원, 정률 지급 시 기본급의 51.9%를 줄 것으로 조사됐다.

추석 휴무일수는 평균 4.6일로, 72.6%는 추석에 ‘5일 이상’을 휴무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추석 자금 사정이 지난해보다 다소 나빠졌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침체가 지속되고 최저임금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중소기업의 어려운 경영환경이 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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