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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리스타 교육장. /사진 = 기호일보 DB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선 초·중·고교 내 커피 판매를 금지한다는 규정을 시행하면서 장애학생들의 바리스타 실습공간을 운영하는 특수학교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가 뒤늦게 번복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일부 특수학교는 식약처의 교내 커피 판매 금지 규정에 대비해 바리스타 실습공간을 잇따라 폐쇄해 교육에 차질을 빚고 있다.

16일 식약처와 도내 특수학교들에 따르면 아동 및 청소년의 카페인 섭취를 막기 위해 교내에서 커피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3월 13일 공포, 6개월의 적용기간을 거쳐 이달 14일부터 시행했다. 해당 법령을 어기고 교내에서 커피를 판매한 매장사업자에게는 최대 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따라서 장애학생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바리스타 실습을 하고 있는 도내 특수학교들은 지자체의 계도 및 시정조치를 받아들여 교내 카페 운영을 중단하거나 교육과정을 다른 과목으로 대체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개정안 시행 당일 ‘교내 커피 판매 금지 대상에서 특수학교 내 바리스타 실습용 카페 공간은 제외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뒤늦게 전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의 한 사립학교는 지난 1일 교내에서 운영하던 바리스타 실습용 카페를 폐쇄했다. 이 카페는 발달장애를 가진 성인들이 와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거나 판매 및 커피 제조 실습에 참여하기 위해 운영됐다. 현재 학교는 이곳을 다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리모델링 중이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이번 식약처의 조치는)특수학교 현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황당한 조치"라며 "특수학교의 이해와 고려가 부족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남의 한 특수학교 역시 2012년부터 4천여만 원을 들여 교내 부지에 지은 바리스타 실습용 카페를 폐쇄하고, 해당 공간에서 이뤄졌던 커피 제조 등 교육과정을 전통차 만들기 실습으로 재편성했다. 이로 인해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해당 학교에서 실습을 하던 성인반 지적장애 학생들까지도 덩달아 바뀐 전통차 만들기 교육과정을 들어야 했다.

교내 커피 판매를 단속하는 지자체들도 식약처의 갑작스러운 변경 방침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직 공문이 내려오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살펴봐야겠지만 그동안 식약처에서 학교 안에서 커피 판매 금지를 권고해 학교 급식소 및 매점을 단속해 왔다"며 "특수학교 내부 실습용 커피 판매에 대해서는 전혀 예외로 두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교육부로부터 해당 사항에 대해 예외로 둘 것을 요청받았지만 바로 예외를 적용하기 어려워 내부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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