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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타워 앞 광장 보행로의 모습. 이 건물에 입주한 점포마다 인도에 간이 테이블을 설치하고, 술과 음식을 팔고 있는 모습. /사진= 이강철 기자
국내 4차 산업의 핵심 도시로 우뚝 선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내 식당과 편의점 등 입주 점포들의 무분별한 옥외영업, 이른바 ‘야장(夜場)’ 행위가 전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야장 영업을 하지 않던 점포들까지 불법행위에 가세하면서 상가마다 마치 ‘야시장’이 들어선 듯한 광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9시 판교역 푸르지오시티 앞. 술집마다 인도에 설치된 간이 테이블에는 직장인들로 보이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앉아 술과 안주를 즐기고 있었다.

이미 대부분의 점포들은 실내 면적과 일대일 규모의 불법 증축을 한 상태에서 인도에 자리를 깔고 경쟁하듯 장사를 하는 모습이다.

흡연은 거리낌 없이 이뤄졌으며, 테이블 사이로 사람이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영업하는 점포도 쉽게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이를 피해 빼곡히 들어선 차량들 사이를 넘어 차도로 다니기 일쑤였다.

같은 날 판교타워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200m에 달하는 광장 보행로에는 술집 등이 설치한 테이블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 일대 커피숍은 물론 편의점까지 동참해 야장 영업을 했으며, 심지어 불법 증축한 실내보다 더 많은 테이블을 실외에 깔고 장사하는 곳도 목격됐다.

지나는 사람들이 "밖에서 먹고 싶다"고 말하면 자연스레 간이 테이블이 펼쳐졌고 주문한 음식이 놓여졌다.

다음 날인 14일 비슷한 시간, 유스페이스 내 상가도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됐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연결되는 지하 1층·지상 1층 점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광장 등 공용 부분에 테이블을 깔고 장사에 몰두하고 있었다. 점포별로 적개는 4개에서 많게는 20개 이상 야외 테이블을 설치해 마치 300석 이상의 초대형 음식점에 들어온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상가를 지나는 내내 야장 테이블을 피해 다니는 불편을 겪고 있어 행정당국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 상인은 "한때는 일부에 국한되던 야장 영업이 어려운 경기 탓에 심리적으로 확산돼 이제는 거의 모든 점포들이 불법행위에 가담하고 있다"며 "각종 소음과 흡연, 인도 점유 문제에 대해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건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게 판교상권의 실상"이라고 귀띔했다.

이 지역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48)씨는 "밤만 되면 올라오는 담배 냄새에, 노상에 차려 놓은 술판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대화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관리소에 민원도 내고 항의도 해 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왔다"며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닌데 단속기관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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