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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장
중국의 단둥시와 북한의 신의주시 사이를 흐르는 압록강의 강물 색깔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나, 양국 강변의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이른바 ‘중조우의교’의 중국측 지역에서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옷과 모자, 선글라스를 쓰고 관광을 하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붐볐으나, 북측 지역에서는 거무튀튀한 색상의 남루한 옷차림을 한 인부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힘겹게 모래와 석탄을 하역하거나, 그물로 고기를 잡는 모습만이 보였을 뿐이었다. 특히 이런 모습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서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연출됐는데, 중국측 지역에서는 다양한 음악에 따라 기(氣)체조를 하거나, 하늘높이 폭죽을 쏘아 올리는 가운데 휘황찬란한 야경(夜景)을 선보였으나, 북측 지역에서는 ‘김일성동상’이 있는 곳만 불빛이 보였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희미한 불빛 몇몇 곳을 제외하면 칠흑 같은 어둠이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단둥에서 1박을 한 우리 일행은 한때 중국과 북한 간의 경제협력 상징으로 비춰졌던 황금평지대와 신압록강교를 둘러보기 위해 동항(東港)으로 향했다. 한때 보따리상들이 드나들던 이곳으로 향하는 동안 양국 사이에 드리워진 국경철조망 곳곳에는 폐쇄회로가 설치돼 있었고, 철조망 사이로는 온몸에 땀을 흘리며 밭을 매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작업반장인 듯 보이는 사람의 감독하에 붉은 깃발을 꽂고 줄을 지어 힘든 일을 하는 북한 주민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 승용차는 어언 황금평지대에 도착했다. 황금평개발에 관한 사항을 알려주는 커다란 입간판 바로 옆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북한군 초병은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 일행을 살펴보고 있었고, 저 멀리 북측지역에는 커다란 콘크리트 건물만이 덩그렁하게 축조돼 있었는데, 골조 공사만을 마친 모습이, 이 지대의 완공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불투명성을 시사해 줄 뿐이었다.

 이곳을 지나 도착한 곳은 ‘신압록강대교’였는데, 이 다리는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09년 10월 북한을 방문했던 ‘윈자바오’ 총리가 김정일과 체결한 합의서에서 신설하기로 한 것이었다. 평북 남신의주 룡천과 단둥 랑터우(浪頭)를 잇는 총길이 20.4km, 폭 33m의 긴 다리로, 중국측 부분은 이미 완공됐으나, 북한측이 자기측 연결도로와 해관(海關) 등 관련시설의 완공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이곳 역시 언제쯤 개통될 지 미지수(未知數)로 남아 있었다. 마치 북한이 자랑하는 105층 규모의 평양시내 류경호텔이 1987년에 착공된 이래 30년이 넘도록 완공을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보였다.

 "자국에게 큰 도움을 주는 다리조차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이 과연 그들 인민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제대로 보장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등 이런저런 착잡한 마음을 갖고 단둥시내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중국 화교(華僑)로 마침 고향인 해주(海州)를 방문하고 돌아온 한 ‘해주해물집’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분을 만나 최근 북한내부의 움직임을 청취키로 했다. 뛰어난 음식솜씨 덕분에 장사진(長蛇陣)을 이루는 식당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은 우리 일행은 그녀로부터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이 ‘비핵화’에 매우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북한당국의 선전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남북한 간 정상회담을 통한 ‘판문점선언’,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싱가포르선언’에 대해 개괄적으로는 알고 있으나, 그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고 철천지 원수 나라인 미국과의 관계가 좋아지면 지금보다는 생활 환경이 훨씬 더 나아지지 않겠는가 하는 소박한 마음만을 갖고 있을 뿐이란다. 이는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북한의 비핵화,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북한 핵폐기"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알고 있으나, 이와 대조적으로 북한주민들은 "핵이 체제보위를 위한 최대의 수단이자 보검(寶劍)"이라는 일방적인 선전과 교육만을 받아왔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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