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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성칠 여주시청 민원봉사과장
사람의 마음속에는 ‘의견(意見)’이라는 어미개가 있다고 한다. 이 어미개에는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두 마리 새끼가 있다. 선입견은 마음속 대상의 고정관념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고, 편견은 이러한 생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투덜거리며 늘 싸운다. 의견이라는 어미개는 이 갈등을 말릴 수도, 한편이 옳다고 하지도 못한다. 두 마리 모두 자기 자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준으로 본다. 사람의 옷차림이 허술하고 행동이 어눌하다면 사회적 지위가 낮고 가난하다고 판단한다. 한편 상대가 깨끗하고 매너가 좋다면 지위도 높고 부자라고 생각한다. 이를 이용한 것이 사기(詐欺)다. 사기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사기꾼이 구속되는 순간까지도 결과를 믿지 않는다. 전부터 자신의 마음에 있던 선입견과 편견이 작용한 것이다.

 최근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라고 하지만 입장을 바꾸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2007년 1월 12일 오전 7시 미국 워싱턴 랑팡 플라자(L‘Enfant Plaza) 지하철역에 청바지 차림에 긴팔 티셔츠, 야구 모자를 눌러 쓴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를 시작했다. 바흐의 ‘샤콘 d단조’를 시작으로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 등 여섯 곡을 연주했다. 45분간 미니 독주회였다. 이 역은 블루, 그린, 오렌지, 옐로 4개선을 모두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이며 워싱턴 지하철 역 중 가장 붐비는 곳이었다. 이 거리의 악사는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었다. 워싱턴포스트 선데이 매거진 취재팀의 요청으로 몰래 카메라까지 동원한 ‘실험 무대’였다. 조슈아 벨은 아침 출근길 45분간 과연 얼마나 벌었을까? 취재진은 음악감독에게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150달러’였다. 훌륭한 연주였을 테니 틀림없이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몰래 카메라를 분석한 결과 45분간 이곳을 통과한 사람은 모두 1천97명. 잠시라도 서서 음악을 들은 사람은 7명. 동전 한 닢이라도 던져 놓은 사람은 27명. 바이올린 케이스에 모인 돈은 고작 32달러였다. 그의 바이올린은 350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였다.

 가정주부였던 비비언 리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사를 찾았다. 오디션이 끝난 뒤 제작자가 탈락이라고 했다. 비비언 리는 아쉬웠지만 밝게 인사하고서 돌아섰다. 그때 비비언 리의 미소를 본 제작자는 마음이 바뀌어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오디션에 떨어져 실망했을 것이 분명한데도 시무룩하기는커녕 밝게 웃으며 돌아가는 그녀에게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모든 것을 잃고도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면서 당당하게 일어섰던 스칼렛 오하라의 모습과 오디션에서 떨어지고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비비언 리의 모습이 일치했던 것이다. 지하철 승객들이 야구 모자를 쓴 사람이 조슈아 벨임을 알았더라면 구름처럼 모여들었을 터이고, 악기케이스에는 많은 돈이 모였을 것이다. 하지만 출근하는 사람들은 그를 몰랐다. 허름한 옷차림이 당연히 거리의 악사일 것이라는 편견이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를 몰라보게 만들었던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제작자인 셀즈닉도 그렇다. 오디션에 떨어진 사람은 당연히 얼굴을 찌푸리며 떠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비비언 리의 미소를 보는 순간 그의 생각은 달라졌다. 남북전쟁을 통해 재산과 사랑을 잃었지만 다시 일어서는 미국인의 정신을 비비언 리에게서 느끼면서 그 선입견은 사라졌던 것이다. 의견이라는 어미 개와 선입견과 편견이 자란 곳은 주위 환경이다. 개인이 성장하면서 겪은 일들이 모든 결정에 영향을 준다. 어떤 일에 사람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공정치 못한 처리를 알게 된 때이다. 이를 본 사람의 마음에 불신이 자리 잡아 쉬운 일도 어렵게 만든다. 마음에 있는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두 마리의 개를 잘 다스린다면 올바른 사회로 걸어가는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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