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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루왁(Kopi Luwak)

신효성 국제펜클럽 인천지부 부회장/소설가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9월 19일 수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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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국제펜클럽 인천지부 부회장
남자가 커피를 내려왔다. 커피 마니아는 나에게 사치라 고급향이 어떤 것인지 섬세하게 분간이 가지 않지만 혀끝에 감기는 부드러운 맛이 괜찮았다. 남자는 커피를 리필해 주면서 상당한 품위를 가진 커피 애호가라고 뜬금없이 칭찬을 해서 당황스러웠다.

 남자가 내려온 커피가 코피 루왁(Kopi Luwak)이라 한다. 사향고양이 똥에서 골라낸 커피콩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 돈을 내고 커피전문점에서 마셔 본 적은 없다. 귀해서 비싼지 희소성으로 호사가들이 찾는 것인지 한 잔에 10만 원까지 한다는 말에 당황스러웠다.

 일전에 커피로 유명한 동남아시아 여행지에서 커피전시장을 방문했었다. 사향고양이 대변에서 골라낸 커피콩을 가공해서 최고급 커피를 만들어낸다는 홍보 영상을 틀어주고 시음용 커피를 한 잔씩 주고는 매끄러운 상술로 구매를 부추겼다.

 층층이 쌓아놓은 좁은 철제 우리에 사향고양이를 가둬놓고 커피 열매만 주구장창 먹이며 사육하고 있는 영상을 보고 있자니 동물학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서라면 잘 익어서 맛이 좋은 상품의 커피 열매만 골라 먹었을 텐데 우리에 갇힌 사향고양이는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질 낮은 커피 열매를 강제로 먹어야 해서 영상을 보는 내내 불편했다. 숲에서 산 채로 잡혀오는 어린 사향고양이도 불쌍했다. 코피 루왁을 마셔줘야 품격 있는 커피 애호가 축에 든다는 호객행위에도 마음이 내키지 않아 빈손으로 나왔었다.

 블라인드 테스팅을 하면 코피 루왁이 엄지 척,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고급 최고가의 커피로 코피 루왁을 왕좌에 올린 것은 마케팅 스토리의 힘이다에 믿음이 실렸다.

 유럽에서 18세기에 커피가 기호식품으로 인기를 끌자 커피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그러자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가 커피의 독성을 증명해 보일 실험을 했다. 감옥에 갇힌 살인범 두 명에게 한쪽은 커피를 한쪽은 차를 매일 마시게 했고 감독할 의사 두 명도 임명했다. 결과는? 긴 실험기간 중에 두 명의 의사가 먼저 죽었고 다음에는 왕이 암살로 죽음을 맞이했고 몇 년 후에 차를 장복한 살인범이 83세로 죽었다. 가장 오래 살아남은 쪽은 커피를 마신 죄수였다.

 커피의 유해성을 증명하려던 실험은 반전으로 끝이 났고 열악한 감옥에서 두 죄수는 당시로서는 꽤 장수한 실험대상자가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커피는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고 몸 속 활성산소를 제거해주고 이뇨작용으로 몸속 노폐물 배출을 도와주고 각성제 역할도 해서 피곤할 때 마시면 활력이 생기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식후에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식습관이 일반적이라 엄청난 숫자의 커피점이 생겨나고 성업 중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커피 수입국, 연 10조 원의 커피 시장, 10만 개의 커피 전문점, 국민 1인당 연 512잔의 커피를 마시는 나라라는 통계가 있다. 커피 애호가층이 두텁다보니 미세한 맛의 차이를 즐기는 커피 마니아가 많아졌다. 커피 맛이나 향에 민감한 전문가 수준의 커피 애호가가 수두룩해졌다. 커피는 품종뿐만 아니라 재배지의 풍토나 기후는 말할 것도 없고 로스팅, 분쇄, 추출 과정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선호하는 커피전문점이 제각각인 것도 세심한 맛과 향의 차이가 있어서 호불호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선물로 주기에 고민이 없는 품목이 커피라고 한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인이 그곳의 특산품인 커피를 선물로 가져왔다. 위염이 있어서 위산과다를 초래할 카페인 섭취를 조심하라는 내과의사의 진단으로 커피를 줄이고 있는 중이라 당장 필요한 선물은 아니지만 여행 가방에 담아 온 지인의 정성을 감사하게 받았다.

 커피향이 간절한 날에 친구를 불러서 커피 상자를 개봉해야겠다. 코피 루왁이 아니어도 커피는 바쁘고 스트레스에 만성으로 노출된 현대인에게 활력을 주는 음료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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